엄마가 아프다
아주 많이

끙끙 앓는
엄마 등을 툭툭툭
두드리면

"아야야, 민지야 살살"
잘못 한 것도 없는 엄마가
나한테 빈다

아빠는 친구와 전화하면서
입이 밤처럼 벌어지는데
엄마는 메주가 된 누런 얼굴로
끙끙 앓고 있다

엄마가 아파도
TV도 보고 밥도 잘 먹는
아빠가 꼭 옆집 아저씨 같아서
화가 난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빠가 밥을 한다
내 준비물을 챙겨준다
엄마를 태우고 병원에 간다

나는 혼자 학교에 갔지만
아빠가 엄마를 사랑해주니까
내 마음도 행복하다

〈평〉 혼낼 때 보면 아빠보다 더 힘이 센 엄마, 남긴 밥 아깝다며 깨끗하게 해치우고 냄새 나는 음식 쓰레기도 아무렇지 않게 잘 버리는 엄마, 쉬지 않고 쓸고 닦으며 잔소리를 쏟아내는 엄마. 그런 엄마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누워 있다.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친구랑 전화를 하고 TV 보고 밥도 잘 먹는다. 그 모습이 속상하고 화가 난 나는 '아빠가 꼭 옆집 아저씨'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 날 아빠는 밥을 하고, 내 준비물을 챙겨주고, 아픈 엄마를 태워 병원으로 간다. 늘 챙겨주던 엄마가 없어 '혼자 학교에 갔지만 아빠가 엄마를 사랑해주니까' 행복하다. 1학년인데도 글감을 잡아 생생하게 살려 쓴 솜씨가 돋보이고 마지막에 아빠의 반전 모습과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부분이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