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탈해 이야기

바다 너머 먼 곳에 다파나라는 나라가 있었어요. 이곳의 왕과 왕비는 혼인하고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근심이 깊었어요. 한참 뒤에야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됐지만 왕자를 만날 거라는 기쁨도 잠시, 왕비는 아이가 아니라 둥근 알을 낳았어요. 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알을 바다에 버리라고 했어요.

알은 커다란 상자에 담겨 바닷물에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신라의 어느 바닷가에 닿았어요. 다행히 이곳을 지나던 할머니가 상자를 발견했어요. 할머니는 상자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상자 속에서 한 아이가 신하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거든요. 아이는 자신이 왜 상자 속에 있었는지 할머니에게 설명했어요. "그러한 이유로 이곳 신라 땅에 오게 됐습니다. 이제 제 살 길을 궁리해 보겠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길을 떠났어요. 성은 석이요, 이름은 탈해로 불리며 똑똑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자라났지요. 신라의 두 번째 왕인 남해왕은 신라에 견줄 자가 없을 정도의 지혜와 인품을 가진 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 사람이 바로 석탈해였어요. 남해왕은 석탈해를 자기 딸과 혼인시키고 큰 벼슬을 줘 곁에 있게 했습니다. 이후 석탈해는 신라의 네 번째 왕이 됐어요.

◇김알지 이야기

탈해왕이 신라를 다스릴 때의 이야기예요. 서쪽에 있는 숲, 시림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고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탈해왕과 신하들이 시림으로 달려갔지만 숲은 자욱한 안개에 가려져 있어 이리저리 헤매야 했어요. "여기 나뭇가지 위에 황금빛 상자가 있습니다!" 상자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어요. 이 나무 아래에서 흰 닭이 날개를 펴며 힘차게 울고 있었어요.

탈해왕이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어요. 놀랍게도 상자 안에서 한 아이가 누워 있다가 왕을 보고 벌떡 일어났어요. "하늘에서 뜻이 있어 이 아이를 보낸 것 같으니 궁에서 보살펴야겠구나. 아이의 이름은 '알지'로 하고, 황금빛 상자에서 나왔으니 황금이라는 뜻으로 성을 김(金)이라고 부르도록 하라."

김알지는 총명하고 영특해 탈해왕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어요. 탈해왕은 알지를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정했지만 알지는 왕의 자리를 유리왕의 아들에게 넘기고 자신은 왕을 도와 나랏일에 힘을 보탰어요.

☞언제 무슨 일이?

아주 작은 나라였던 신라는 박씨, 석씨, 김씨 세 성이 왕위를 이어 오면서 주변의 나라들을 하나씩 정복해 갔어요. 이렇듯 나라와 나라 사이에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는 세력을 키워 국가로서의 모습을 갖춰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