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는 우리 역사를 통틀어 불교가 가장 번창한 시대였어. 고려 시대 불교는 종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사회와 경제 면에서도 커다란 역할을 했단다. 승려는 사회의 지배층에 속했고, 절은 경제 활동의 중심지 노릇을 했지. 삼국 시대를 이해하는 데 불교가 중요한 키워드였던 것처럼, 고려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에도 불교는 핵심 키워드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려 하면 금방 떠오르는 불상이나 절, 탑이 없구나. 신라 하면 불국사, 석굴암, 석가탑 등이 연달아 떠오르는데 말이야. 왜 그럴까?

충청남도 논산 관촉사에는 은진미륵이라는 불상이 있어. 고려 광종 때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돌 불상이란다. 은진미륵은 몸집은 거대한데 참 못생겼어. 키에 비해 머리 부분이 지나치게 커서 균형이 안 맞고, 얼굴 생김은 신라 불상의 세련되고 우아한 표정과는 거리가 멀어. 은진미륵뿐 아니라 고려의 불상은 대체로 못생겼단다. 그런데 고려의 불상이 못생긴 데는 중요한 까닭이 있어. 오늘은 고려의 못생긴 불상으로 시작해서 고려 불교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꾸나.

고려의 불상이 못생긴 이유는 불교가 왕실 중심, 수도 중심에서 벗어나 지방으로 그 중심이 옮겨진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단다. 삼국 시대의 불교는 왕실 중심이었지. 왕실이나 수도에 살고 있는 귀족들이 앞장서서 돈과 재물을 내어 불상을 만들었어.

그렇지만 후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로 들어오면서 왕실이 있는 수도가 아니라 지방에서도 불상을 많이 만들었단다. 지방의 호족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이 불상을 만들려고 돈과 재물을 내놓았어. 각 지방은 서로 더 큰 불상을 만들려고 경쟁을 했어. 더 큰 불상을 만드는 것이 곧 자기들의 힘을 보여 주는 일처럼 생각됐지. 그래서 고려에는 거대한 불상이 많고, 또 고려의 불상은 지방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어. 신라의 불상이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는 참 대조적이야. 그리고 지방에서 만든 불상은 아무래도 왕실에서 최고급 기술자를 동원해 만든 불상보다 솜씨가 서툴렀을 거야. 고려 때 못생긴 거대한 불상이 많이 만들어진 이유, 이제 알겠지?

◇승려는 아무나 될 수 있었나?

고려의 내로라하는 집안에서는 아들이 여럿이면 그중 한 명을 승려가 되게 하는 것이 보통이었어. 대표적인 문벌 귀족인 이자겸의 아들 중 한 사람도 승려가 됐고, '삼국사기'를 편찬한 유학자 김부식의 5형제 가운데 한 사람도 승려가 됐어. 왕자로서 승려가 된 사람도 여럿 있단다. 유명한 대각국사 의천은 11대 왕 문종의 넷째 아들이야.

그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승려가 될 수 있었냐고? 그렇지 않아. 승려가 될 수 있는 신분과 그렇지 않은 신분이 있었어. 노비와 같은 천인은 승려가 될 수 없었어. 또, 승려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아들이 셋이면 그중 한 사람만 승려가 될 수 있게 나라에서 정하기도 했어.

승려는 승려가 보는 과거 시험인 승과를 봐서 합격하면 문무 관리처럼 품계를 받았어. 승과 합격자에게는 대선이라는 품계가 주어졌단다. 그리고 관리와 마찬가지로 한 단계씩 승진을 했어. 대덕, 대사, 중대사, 삼중대사…. 이런 식으로 말야. 그리고 관리들처럼 나라에서 주는 녹봉도 받았지. 승진을 거듭하여 맨 꼭대기에 이르면 '왕사'나 '국사'가 됐어. 왕사는 왕의 스승, 국사는 나라의 스승이란 뜻인데, 승려로서는 가장 영예로운 직책이야. '삼국유사'를 쓴 일연은 승과에 합격해 국사까지 오른 인물이지. 고려의 승려는 관리와 마찬가지로 나라의 지배층에 속한 사람들이었단다. 다시 말해 문신과 무신, 그리고 승려가 바로 고려 사회의 지배층이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