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흑사병'으로 일컬어지는 에볼라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 당국이 예방·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선 하루에도 확진 환자가 수십 명씩 속출하고 있다. WHO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 21일(이하 한국 시각) 기준 미국, 스페인, 서아프리카 5개국 등지에서 에볼라 감염 환자가 9200명, 사망자는 4500명을 넘어섰다.

에볼라는 급성 열성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2~21일가량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발병한다. 열·오한·두통·식욕부진·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이며, 구토·인후통·복통·설사를 일으킨다. 에볼라란 이름은 1976년 맨 처음 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콩고민주공화국 북부의 강 이름에서 따왔다. 치사율은 50~ 70% 정도다.

아직 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 WHO는 22일 "이르면 내년 1월 초부터 서아프리카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독일·스위스·말리 등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에볼라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2일엔 제3차 에볼라 긴급위원회를 열어 에볼라 대처 상황과 추가로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를 점검했다.

▲ 시에라리온 방역 작업 현장./AP 뉴시스

이 같은 상황 속에 에볼라 치료의 핵심으론 △초기·양질 치료 △빠른 수분 보충 △혈장(혈액 속의 유형성분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주입 등이 꼽힌다. AP통신은 "에볼라 치료제는 없지만 기본적인 치료, 즉 정맥주사·영양공급·혈압유지가 환자의 몸이 바이러스와 싸울 시간을 벌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실제로 서아프리카에서 감염된 미국인 의사 등 4명과 아프리카 외부 최초 감염자인 스페인 간호사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세계 각국은 에볼라 대응 강화에 나섰다. 최근 에볼라 감염·사망 환자가 발생한 미국 정부는 22일부터 에볼라가 창궐한 서아프리카에서 온 항공기의 자국 내 입국 공항을 5개로 제한했다. 뉴욕 JFK, 워싱턴DC 덜레스, 뉴어크 리버티, 시카고 오헤어,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이다. 이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에 전문 인력과 보건 인력 교육을 위한 병력 등 3000여 명을 추가 파견했다.

▲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서 의료진이 에볼라 환자 치료 준비를 하고 있다./AP 뉴시스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인력 투입을 통해 시에라리온과 기니에 치료센터를 설치한다. 중국과 쿠바 등도 시에라리온에 의료 전문가를 보냈다. 우리나라는 다음 달 보건복지부·국방부·외교부 관계자로 구성된 보건 인력 선발대 6~7명을 우선 파견키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