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있었는데, 동생 민우와 나는 엄마가 힘들어하시는 것도 모르고 장난치고 떠들었다. 그런데 엄마가 너무 많이 아프다고 아빠하고 병원에 가셨다. 저녁에 아빠가 내게 말씀하셨다.
"상현아, 엄마가 아기 낳았는데, 예쁜 여자 동생이야."
며칠이 지나도 엄마가 오지 않아서 나는 엄마가 아기 낳을 때 죽은 줄 알고 '엉엉' 울었다. 그랬더니 아빠가 민우하고 나를 엄마가 있는 조리원에 데리고 가셨다.
많이 뚱뚱했던 엄마 배는 홀쭉해져 있었다. 엄마가 나와 동생을 보시더니 "우리 상현이 민우 잘 있었니? 여자 동생 태어났어"라고 하셨는데, 나는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나중에 아기를 봤는데 손과 발이 너무 작아서 귀여웠다. 아기 이름은 조해인이다. 처음엔 아기가 예쁜 줄 몰랐는데 점점 커가면서 통통한 게 귀엽다.
그런데 해인이는 이 세상에서 엄마밖에 모른다. 아직 돌이 안 지났고, 혼자 앉아있기는 하는데, 엄마가 화장실에만 가도 '아앙' 울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나와 민우가 딸랑이를 흔들어주며 달래도 울음을 안 그친다. 그러다가 엄마가 보이면 눈물방울이 반짝 빛나고, 울음도 뚝 그친다.
난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를 제일 좋아하는데 해인이도 그런가 보다. 난 엄마를 너무 많이 좋아하는데 엄마는 나랑 동생 민우랑 싸우거나 내가 TV를 너무 오래 볼 때, 말을 안 들을 때는 회초리로 다섯 번 넘게 때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파서 울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금세 엄마가 좋다.
우리 엄마는 간식도 맛있게 해주시고, 숙제도 가르쳐 주시고, 직접 공부까지 가르쳐주셔서 수학 학원에 안 가도 된다.
나는 유치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미술 대회에 나가서 상을 많이 탔다.
"우리 상현이 화가 되겠네! 정말 잘했다."
엄마가 이렇게 칭찬해주시면 난 뛸 듯이 기쁘다.
요즘은 해인이가 엄마 품에만 안 있고 앉아 있는다. 그러면 내가 웃으며 놀아준다. 그럴 땐 엄마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상현아, 고마워."
나는 엄마가 웃으며 나를 칭찬하거나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려고 해인이를 더 많이 봐준다. 빨리 해인이가 커서 말도 하고, 걸어 다니고, 엄마를 힘들게 안 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