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동신발(위쪽), 1호 돌방무덤 내 민무늬 고리칼과 토기류 출토 장면. /문화재청 제공

영산강 유역에서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한 백제 금동신발이 발견됐다. 그동안 충남 공주 무령왕릉, 전북 고창 봉덕리, 충남 공주 수촌리 등에서 금동신발이 출토된 적은 있지만, 부분적으로 훼손되거나 일부 장식이 손상된 채였다.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23일 "전남 나주 정촌 고분 발굴 조사 과정에서 백제계 금동신발을 비롯해 다수의 유물을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 측에 따르면 금동신발은 길이 32㎝, 높이 9㎝, 너비 9.5㎝다. 발등 부분에는 용 모양의 장식이, 발목 부분에는 금동판으로 된 덮개가 부착됐다. 신발 바닥은 연꽃과 도깨비 문양을 새겨 화려하게 장식했다. 연꽃 문양은 꽃술 주변으로 8개의 꽃잎을 세 번 거듭해 배치한 게 특징이다. 도깨비 무늬는 부릅뜬 눈과 크게 벌린 입을 묘사해 연꽃의 위아래에 배치했다.

조상순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금동신발은 백제와 관련이 깊은 유물이다. 5~6세기 영산강 유역의 마한 지역까지 영향력을 뻗은 백제가 기존 토착 세력을 회유하고자 전달한 하사품이거나 다른 나라와의 외교 활동 중 전달한 물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용 모양 장식과 발목 덮개, 연꽃과 도깨비 문양 등의 장식이 온전한 상태로 수습됐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금동신발이 출토된 1호 돌방무덤은 최대 길이 485㎝, 너비 360㎝, 높이 310㎝로, 현재까지 알려진 마한·백제권의 초기 대형 돌방무덤 가운데 가장 크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돌방무덤은 돌을 쌓아 만든 무덤이다. 이곳에서는 금동신발 이외에도 마구와 고리칼, 금제 장신구, 뚜껑 접시인 '개배' 등 중요 유물도 출토됐다.

조 연구관은 "앞으로 돌방무덤의 구조와 축조 방법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발굴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