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유리왕의 아들인 대무신왕이 다스리고 있었어요. 압록강 근처에 도읍을 정한 고구려는 땅을 넓히고 백성을 늘리기 위해 사방으로 용맹한 기운을 떨쳤어요. 때문에 나라와 나라 사이에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졌지요.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절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라를 저버린 비운의 공주가 있었어요.

낙랑공주는 고구려의 호동왕자를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낙랑국의 왕인 아버지가 호동왕자를 사위로 삼는다고 했을 때는 두 귀를 의심했지요. "그대의 용모와 품행이 고구려의 기상을 말해주는 듯 하오. 우리 낙랑국과 고구려는 이웃 나라이니 이참에 내 딸과 혼인해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떻겠소?"

호동왕자는 낙랑공주를 보며 지그시 미소를 지어 보였어요. 하지만 호동왕자는 진짜 속셈을 숨기고 있었어요. 고구려는 남쪽에 있는 낙랑국을 집어삼킬 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낙랑국에는 적군이 나타나면 저절로 울리는 자명고가 있었어요. 고구려는 자명고가 울릴까봐 함부로 공격할 수 없었어요.

낙랑공주는 잠시 고구려로 돌아간 호동왕자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어요.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신하가 호동왕자로부터 온 편지를 남몰래 전해줬어요. 낙랑공주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쳐 보았어요.

'사랑하는 공주, 이런 부탁을 하게 돼 마음이 무겁소. 하지만 고구려를 제일의 나라로 만들고픈 나의 꿈을 이해해 주길 바라오. 자명고를 찢어 주면 그대를 나의 아내로 맞아들이겠소.'

낙랑공주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만약 호동왕자의 부탁을 들어주면 낙랑국이 위험에 처할 게 분명했어요. 부탁을 거절하면 호동왕자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지요. 갈등하던 낙랑공주는 자명고 앞에 섰어요. "아버지! 저를 용서하세요!"

낙랑공주는 칼로 자명고를 찢어 버렸습니다. 자명고가 망가졌다는 소식을 들은 호동왕자는 낙랑국을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자명고가 울리지 않아 안심하고 있던 낙랑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지요. 낙랑국의 왕은 공주가 자명고를 찢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내 딸이라도 나라를 배신한 자는 용서치 않는다!"

왕은 그 자리에서 낙랑공주를 칼로 베어버리고 고구려에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마저 역사의 소용돌이에 희생돼야 했던 낙랑공주의 슬픈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오래도록 전해졌답니다.

☞언제 무슨 일이? 32년 고구려가 낙랑국 공격

고구려 민족은 활쏘기와 말타기에 능해 다른 부족과 싸워 쉽게 이기고는 했어요. 국내성을 도읍으로 한 고구려는 밖으로는 주변의 여러 나라들을 정복하고 안으로는 백성들을 위한 여러 제도를 갖추면서 점차 강한 나라로 우뚝 서게 돼요.

상상의집 제공·역사 왔수다(최설희 글·이진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