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조 벌점 1점!"

"우리 떠들지도 않았는데 왜 벌점을 주는 건데?"

"너희 모여서 떠들었잖아! 너희 때문에 다른 조도 같이 떠들면 너희가 책임질 거야?"

"회장 짜증나! 모르는 문제 가르쳐 준거라고! 그리고 벌점 주기 전에 주의 줘도 되는 거 아냐?"

"아무튼 너희 조는 벌점 받아야 해!"

또다시 시작된 우리 반의 벌점 전쟁.

학기 초 담임선생님께서 하루 중 가장 많은 벌점을 받은 조에게 교실 청소를 시키겠다는 규칙을 만드신 후 우리 반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인철이는 회장선거에서 거의 몰표를 받으며 회장으로 당선됐지만, 이제 인철이는 아이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아이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자기가 선생님인 줄 알아! 회장 다시 뽑으면 안 되나?"라며 아이들은 인철이가 다 들릴 정도로 불만을 들어내고 있지만, 오늘도 인철이는 아이들이 그러던지 말던지 선생님이 안 계신 동안 또다시 벌점을 주기 위해 매의 눈이 되었다.

부회장인 나는 단결되기보다 자꾸만 금이 가는 우리 반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회장에게 말을 해 보았지만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는 인철이의 말에 말문이 막혔고, 선생님께 말씀 드리자니 고자질쟁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나는 나의 고민을 아빠께 말씀드렸다.

"음, 쉬운 문제는 아니구나. 책임을 다하는 인철이도 그런 인철이의 모습이 못마땅한 아이들 모두에게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말이야. 그럼 솔이가 학급 회의를 제안해 보는 게 어떨까?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모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 만들어질 거야. 물론 의견이 다른 친구들도 있겠지만 새로운 규칙이 모두를 위함임을 알면 그 아이들의 마음도 바뀔 거고,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아가게 되고 말야."

다음 날 나는 인철이와 의논해 아직은 학급회의가 없는 우리 반에 회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인철이가 교탁 앞에 서자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또 무슨 지적을 할까 싶어 딴청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의 벌점 규칙을 고치려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 새로운 우리 반의 규칙을 만들겠습니다.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인철이의 말로 시작된 학급회의는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벌점을 받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그리고 벌점을 받는 날이면 행동이 더 나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벌점 대신 다른 규칙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점대장 호민이의 의견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너도 나도 의견을 내 놓았고, 벌점 대신 칭찬 점수가 가장 적은 조가 그날의 청소당번이 되는 새로운 규칙이 아이들의 만장일치로 만들어졌다. 선생님께서도 우리의 모습을 기특하게 생각하셨고 우리가 만든 우리의 규칙을 잘 지키라고 말씀해 주셨다.

회의 이후 칭찬을 받기 위한 우리만의 칭찬 전쟁이 시작되었고, 우리 반은 모범반이 되었다. 그리고 인철이도 더 이상 공공의 적이 아닌 우리를 도와주는 멋진 회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반의 벌점 전쟁은 끝나게 되었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모두가 동의하지 않거나 지키기에 힘든 규칙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의논하여 우리가 지키며 만족할 수 있는 규칙다운 규칙을 만들면 모두가 규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규칙을 지키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가 어른이 되어도 이 사실을 되새기며 꼭 바르고 모범적인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우리 반의 행복한 칭찬 전쟁이 계속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