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삼성초등학교 급식실. 하얀색 앞치마와 위생모를 착용한 어린이 5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급식실을 둘러보니 요리대에 올려진 각종 요리 도구와 양념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곳은 삼성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현장이다. 심금순 교장은 "이번 행사는 체험 중심의 '삼성 아나바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여기서 담근 김치는 인근 노인정 및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치 재료로 쓰인 배추는 삼성초 어린이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4~6학년 어린이들로 구성된 '텃밭 동아리'가 직접 재배·수확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연지(6년) 양은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면서 키운 배추다. 이 배추로 김치를 담그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초록색 빛깔을 뽐내는 배추 80포기가 급식실에 등장했다. 힘이 센 6학년 남학생들이 앞장서 배추를 각 요리대로 옮겼다. 배추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던 이수민(5년) 양은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어 조금은 긴장된다. 하지만 정성을 다해 만들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이현경 영양 교사의 지휘 아래 김장 담그기가 시작됐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학교급식모니터회 학부모들이 각 요리대에서 이를 도왔다. 어린이들은 설명에 따라 배추 구석구석에 정성껏 양념을 채워 넣었다. 특히 김치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위생에 신경을 쓰는 꼼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배추는 금세 먹음직스러운 김치로 변했다. "눈은 좀 맵지만 재밌어요. 평소에 요리를 좋아했거든요. 제가 한번 먹어봤는데 정말 꿀맛이었답니다!"(윤지영 양·4년)

즐거움으로 가득 찼던 김장 담그기 행사는 오후 3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정성 들여 포장한 김치는 인근에 있는 '구립 대학 경로당'에 전해졌다. 삼성초를 대표해 전교어린이회 임원들이 직접 경로당을 찾았다. 김치를 전달하고 나오는 어린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김치를 담은 상자를 전해 드리자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셨어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정말 뿌듯하고 기쁘네요. 이번 행사에 참여한 삼성초 어린이 모두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어요!"(이동관 군·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