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이 같은 '놀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학교·학원·집을 쳇바퀴 돌듯 오갈 뿐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한국아동권리학회가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25주년을 기념해 '한국 아동의 놀이권리 증진 방안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 6~8월 서울 등 수도권 초·중·고교생 564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다.

23일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따르면, '놀이'가 아동의 권리인지 모르는 어린이가 절반(50.4%)을 넘었다. 현재 자신의 놀이·여가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로는 학업 부담(25%), 부족한 시간(21%), 부모님의 이해 부족(18%) 등을 꼽았다.

놀 때는 주로 친구 3~4명이 함께 한다는 답변이 55%로 가장 많았다. 5명 이상은 23%, 혼자 논다고 답한 어린이는 4.5%였다. 자신의 여가에서 개선해야 할 것으로는 28.2%가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자제'라고 답했다. 신체활동 증가(22.2%), 바깥놀이 증가(17.7%)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한국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컴퓨터·TV에만 편중된 놀이를 하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놀이·여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놀이 전문가의 추천을 토대로 '한국 어린이가 하고 싶은 바깥놀이 50가지'를 선정·공개했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www.unicef.or.kr/play)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