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왕도(十王圖)'는 명부(저승)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十)명의 대왕을 그린 그림이다.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이들을 차례로 만나 재판을 받는데, 생전의 죄에 따라 얼음산에 갇히거나 펄펄 끓는 물 속에 들어가는 형벌을 받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염라대왕'은 시왕중 다섯 번째 왕이다. 한국의 민속신앙과 전통신화를 바탕으로 완성한 웹툰 '신과 함께'(2010년)는 이 무시무시한 시왕들을 귀엽고 친숙한 모습으로 그려낸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만화, 신과 만나다'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만화박물관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에는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를 비롯해 바리데기 신화를 만화로 그린 윤태호 작가의 '영혼의 신 바리공주', 무당의 퇴마기를 담은 이빈 작가의 'MANA' 등 민속신앙을 소재로 한 만화와 유물 90여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이승, 원한을 풀고 복을 기원하다'에서는 억울한 사연으로 저승에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 원귀(寃鬼)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가 전시된다. 집안을 다스리는 성주, 부엌 신인 조왕, 화장실에 사는 측신, 장독대를 지키는 철륭 등 '착한 신'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옛사람들은 저승 가는 길에 '삼도천(三途川)'이 있고, 이를 건너야 저승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 저승길이 멀고 험해서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광대·악사·시녀·무사·용 등을 형상화한 장식물을 상여에 매단 건 이 때문이다. 2부 '죽음, 삼도천을 건너다'에서는 '꼭두'라고 부르는 상여 장식물과 저승 갈 때 노자로 쓰라고 주는 돈인 '넋전'을 볼 수 있다.

3부 '저승, 생전을 비추다'에서는 죽은 자가 저승사자나 바리데기의 인도를 받아 명부에 도착해 시왕의 심판을 받고 환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승사자상, 바리데기 무신도 등 관련 유물도 전시된다. 생전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그대로 비춰준다는 염라대왕의 '업경(業鏡)'을 디지털로 체험하는 코너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