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가 많은 여우와 겁이 많은 사슴이 친구가 돼 사이 좋게 지내며 살고 있었습니다.

"우린 친구니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돕자."

"그럼 당연하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들이 풀밭에서 놀고 있을 때 어디선가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사자가 다가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앗, 사자다!"

사슴이 소리쳤습니다. 여우와 사슴은 도망치려는 생각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떨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꾀 많은 여우가 사자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사자님, 저를 살려주신다고 약속하시면 저기 사슴을 쉽게 잡을 수 있게 해 드릴게요."

"그래? 그럼 내 너를 살려줄 테니 사슴을 잡을 수 있도록 해 보아라."

사자가 약속했습니다.

그러자 여우는 사슴 옆으로 다가가 작게 말했습니다.

"사슴아, 어서 저쪽으로 뛰어가! 가다 보면 숨을 곳이 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사슴은 재빨리 여우가 말한 방향으로 뛰어갔지만 그곳은 깊은 웅덩이가 있는 함정이었습니다. 사슴은 함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여우야! 이건 함정이잖아. 어떻게 된 거야?"

"그래, 넌 거기서 사자밥이 되는 거야."

그리고는 여우가 사자 옆으로 갔습니다.

"사자님, 사슴을 잡게 해 드렸으니 저는 이제 살려주시는 거죠?"

여우가 숲 속으로 도망가려 하자 사자는 여우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왜 그러시죠? 저를 살려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여우는 당황했습니다.

"이놈, 여우야! 사슴은 이제 함정에 갇혔으니 도망갈 수 없지만, 꾀가 많은 너는 도망갈 놈이니 너부터 잡아먹어야겠다!"

사자는 여우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여우는 그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가 늦어 사자에게 잡아먹혔습니다.

☞알아봅시다!

欲量他人이거든 先須自量하라.
욕량타인          선수자량

傷人之語는 還是自傷이니 含血噴人이 先汚其口니라.
상인지어     환시자상        함혈분인    선오기구

▶ ‘남을 헤아리려거든 스스로를 먼저 헤아려 보라. 남을 해치는 말은 도리어 스스로 해치는 것이며 피를 품어 남에게 뿜으려면 내 입을 먼저 더럽혀야 한다’는 말이다.

이이템북스 제공 ｜ ‘이야기 명심보감’(문경은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