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자연이 도시를 집어삼켰다. 서기 79년 8월 24일 일어난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대재앙에 로마 고대도시 폼페이는 자취를 감췄다. 격렬한 폭발과 함께 쏟아진 거대한 화산재가 폼페이의 모든 색을 지워 버린 것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줄 알았던 도시는 1000여 년 흘러 다시 발견됐다. 잿더미에 파묻힌 모든 사람과 사물이 그대로 박제된 채였다.

'최후의 날'을 증명하는 폼페이의 유물이 최근 한국 땅을 찾았다. 지난 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특별전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에서 공개됐다. 잿더미 속에서 출토한 벽화·조각품·장신구 등 유물 298건을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건 캐스트다. 캐스트는 화산재 속 빈자리에 석고를 부어 희생자의 모습을 본뜬 것을 말한다. 화산 폭발 당시 참혹했던 순간의 증거다. 웅크린 채 입과 코를 막고 최후를 맞이한 남자, 옷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결국 쓰러져 숨진 여인의 형상을 통해 잠시 비극을 본다.

반대로 폼페이의 화려한 시절도 만난다. 그중 귀족들의 대저택 내부를 장식했던 벽화도 볼거리다. 정원 안에 앉아 있는 새와 분수, 사람의 얼굴이 조각된 기둥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도시 곳곳에 세워졌던 신들의 조각상도 정교하게 묘사됐다. 폼페이인의 높은 예술적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뱀 모양 팔찌 등 여러 장신구도 흥미롭다.

전시는 내년 4월 5일까지다. 관람료는 초등생 8000원, 성인 1만3000원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pompeii.co.kr)를 참조하면 된다.

●문의: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