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왜놈들이 강성한들

우리들도 뭉쳐지면/ 왜놈 잡기 쉬울세라

아무리 여자인들/ 나라 사랑 모를쏘냐

아무리 남녀가 유별한들/ 나라 없이 소용 있나

우리도 나가/ 의병 하러 나가보세

의병대를 도와주세

금수에게 붙잡히면/ 왜놈 시정 받들쏘냐

우리 의병 도와주세

우리나라 성공하면/ 우리나라 만세로다

우리 안사람 만만세로다

―안사람 의병가

▲ 윤희순 선생 초상화.

나라가 위급한 상황일 때 백성들이 스스로 조직하는 군대를 '의병(義兵)'이라고 해요. 조선 말에서 대한제국 시기에는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의병들의 활약이 대단했답니다.

이 가운데는 여성들도 있었어요. 윤희순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병 지도자였지요. 1860년 경기도 구리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선생은 씩씩하고 거침없는 성격이었다고 해요.

◇'안사람 의병가' 지어 의병운동 홍보

1895년 친일파들에 의해 단발령(상투의 풍습을 없애기 위해 머리를 깎게 한 명령)이 강제로 시행되자 전국적으로 의병운동이 일어났어요. 당시 선생은 결혼해 강원도 춘천에서 살고 있었는데, 시아버지 유홍석이 춘천 유학자들과 함께 의병운동에 나섰어요. 선생이 의병운동에 눈뜬 건 이때부터였어요. 의병 부대가 마을로 들어와 밥을 달라고 요구하면 가족들이 먹어야 할 쌀까지 몽땅 긁어 밥을 지어줬대요.

"비록 여자라 해도 나라를 구하는 데 남녀 구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저녁이면 마을 여성들을 모아놓고 의병을 도와야 한다고 설득했어요. 또 일본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가 힘을 합치면 물리칠 수 있고, 여자라도 나라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의 '안사람 의병가'를 지어 널리 퍼뜨렸어요.

선생은 직접 만든 의병가를 밤낮으로 부르며 홍보했어요. 사람들은 하나 둘, 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 같은 '노래 부르기 전략'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의병운동에 참여하게 됐어요. 선생이 지은 의병가는 '의병군가' '병정가' 등 총 8편에 달해요.

◇남장하고 정보 수집에 나서기도

1907년 일본이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자 다시 의병이 일어났어요. 선생은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병운동에 참여했어요.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군자금 355냥을 모아 놋쇠와 구리를 샀고, 이걸로 무기와 탄환을 제조해 의병들에게 공급했어요. 여성 30여 명으로 구성된 '여성의병단'도 조직했어요. 여성 의병은 밥짓기와 빨래 등 궂은일을 도맡으며 의병 훈련에 협조했어요. 선생은 의병 훈련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고, 때론 남장을 하고 정보 수집을 하러 가기도 했답니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우리나라가 일제에 강제로 통치권을 빼앗긴 사건) 이듬해 선생은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떠났어요. 이후 1935년까지 25년간 만주 일대를 떠돌며 항일운동을 펼쳤어요. 선생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학당' '조선독립단' 등 학교를 세워 수많은 항일운동가를 양성했어요.

일흔살이 넘어서도 일제와 싸울 준비를 할 정도로 의지가 넘쳤던 선생은 장남 유돈상이 일제의 고문으로 숨을 거두자,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열이틀 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1935년 8월 1일이었어요.

윤희순(1860~1935)

●훈격: 애족장(1990)

●약력

―1907 여성의병단 조직, 부녀자 군자금 모금 활동

―1912 동창학교 분교인 노학당 설립

―1915 조선독립단, 조선독립단학교 설립

사진·자료 제공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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