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성경 속 '모세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이스라엘의 지도자였던 모세가 자신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던 중 바닷물에 길이 막혀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 마침 바다가 기적같이 좌우로 갈라져 무사히 길을 지나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예요. 이런 모세의 기적은 바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도로 위에서도 모세의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답니다.

"소방차가 출동 중입니다. 좌우로 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차로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길 터주기가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살립니다."

제397차 민방위의 날이었던 지난 16일. 전국 263개 도로에서는 위와 같은 안내 방송과 함께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이뤄졌어요. 말 그대로 소방차가 화재현장으로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다른 자동차와 보행자들이 길을 양보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훈련이에요. 이번 훈련을 통해 전국 각지의 도로에서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많았는데, 여전히 많은 차량이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와도 길을 비켜주지 않았어요. 보행자들 역시 소방차 앞을 천천히 걸어가거나 심지어 무단횡단 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어요. 소방차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것은 법적인 의무인데도 아직까지 단순한 배려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 도로교통법은 '소방차와 같은 긴급 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에 다른 운전자들은 긴급 자동차를 위해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고 긴급 자동차의 우선통행권을 정하고 있어요. 또 소방기본법은 '모든 차와 사람은 긴급자동차가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활동을 위해 출동할 때에 이를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보행자의 양보 의무도 함께 정하고 있지요. 이를 어길 경우에는 벌금을 내야 한답니다.

양보 의무가 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자동차들은 가장자리로 신속하게 이동해 긴급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고, 보행자들은 긴급 자동차가 지나갈 때까지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추면 되니까요.

도로교통법이나 소방기본법에서 양보 의무와 그 방법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맞아요. 긴급 자동차를 위한 우리의 양보가 바로 사람의 생명, 즉 생명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에요. 생명권이란 인간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말해요.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권리이자,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에요.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은 긴급 자동차를 위해 길을 비켜줘야 해서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이런 양보를 통해 우리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답니다. 실제로 지난 설 연휴에 있었던 일이에요. 다섯 살 어린 아이가 복통과 탈수 증세로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길이 꽉 막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때 구급차의 앞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활짝 열렸고 아이는 제시간에 병원에 도착해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행하는 배려와 양보 속에도 우리 헌법의 가치가 담겨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선물이 팡팡!  '법 사랑 퀴즈'

Q. 다음 중 생명권의 의미에 대해 잘못 설명하고 있는 어린이는?

① 민아: 응급차가 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하면 응급조치를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으므로, 응급차에 길을 양보하는 것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야.

② 준영: 법에서 소방차나 구급차에 길을 양보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급하게 가야 하는 경우에는 양보하지 않아도 돼.

③ 나라: 소방차가 지나가는데 길을 비켜주지 않고 막고 있으면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어.

④ 민우: 인간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생명을 전제로 해서만 성립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권리야.


※3월 29일까지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 홈페이지(www.lawedu.go.kr)의 ‘캠페인’ 코너에 마련된 ‘우리 곁엔 헌법!’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세요. 정답을 보내준 독자 중 5명을 추첨해 ‘문화상품권(1만원권)’과 법무부가 펴낸 ‘만화로 배우는 우리나라 헌법’ 책을 보내드립니다. 어린이의 이름·학교·학년·주소·전화번호를 반드시 써 주세요. 당첨자는 다음 주에 발표합니다.

☞지난 회 퀴즈 정답: ②

어린이 보호구역은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들의 통행을 제한하는 곳이지, 어린이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곳은 아닙니다. 어린이들 역시 인도를 통해 걸어야 하고, 횡단보도의 신호등 역시 지켜야 합니다.
●당첨자: 정윤서(대구동평초 4) 권승률(장성초 3) 황은서(서울성자초 6) 정예원(대구장산초 2) 김나빛(신양초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