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날이었습니다. 막시밀리안 왕이 길을 걷다가 잠시 나무 그늘에서 쉬었습니다. 그는 주머니에 있는 책을 꺼내 읽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 후 잠에서 깬 왕은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삼십 분쯤 걸었을 때 왕은 나무 밑에 두고 온 책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이미 지쳐 있었고,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소 아끼는 책을 그냥 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한 소년이 맨발로 밭을 걸어갔습니다. 소년은 거위 떼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왕은 금화 한 닢을 손에 쥐고 소년에게 다가갔습니다.

"꼬마야, 네가 이 길 두 번째 모퉁이에 있는 참나무로 가서 내가 두고 온 책을 가져온다면 이걸 줄게."

소년은 기쁘지 않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저는 아저씨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요. 제가 책을 가져왔는데 금화를 주시지 않으면 어쩌죠?"

"미리 금화 한 닢을 준다면 날 믿겠니?"

그는 금화를 소년의 작은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잠깐 소년의 눈에 빛이 났지만, 그는 다시 시무룩해졌습니다.

"가고 싶지만, 거위들을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어요. 거위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면 혼나거든요."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소년은 왕에게 채찍과 거위들을 맡기고 심부름을 하러 갔습니다. 왕은 거위 치기를 하는 자신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거위를 쫓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국민이 보면 무슨 말을 할지 걱정도 됐습니다. 주인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거위들이 이리저리 날뛰며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거위들은 순식간에 멀리 도망쳤습니다. 얼마 후 소년이 책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책을 찾아왔는데 아저씨는 거위들을 놓쳤어요."

"미안하구나. 내가 도와줄 테니 도망간 거위들을 다시 불러 모으도록 하자."

"제가 거위들을 채소밭에서 몰아낼 테니 개울 옆에 계세요."

왕은 소년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소년은 채찍을 들고 앞으로 뛰어가며 거위들을 풀밭으로 몰았습니다.

"거위 치기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하지만 나는 왕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단다."

"아저씨가 왕이라고요? 정말이에요?"

소년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는 아저씨를 왕이라고 믿을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요."

"그래, 안 믿어도 좋아. 대신 미안하다는 뜻으로 금화 한 닢을 더 줄게. "

소년은 웃는 얼굴로 금화를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는 매우 친절한 분이세요. 그런데 아저씨는 노력하면 언젠가 훌륭한 왕이 될 수는 있어도 훌륭한 거위 치기는 되지 못할 거예요."

>>생각꾸러미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계발하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어요. 아무리 다른 사람의 능력이 하찮다고 해도 능력에는 높고 낮음이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재능을 높이 사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인정하고 응원해줘야 합니다.

Scope 제공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50
(제임스 M. 볼드윈 글·이정헌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