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발을 딛고 사는 땅이 느닷없이 갈라지고 흔들리는 지진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죠? 그런데 사실, 지진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다만 대부분의 지진이 우리가 쉽게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규모인 게 다행일 뿐이죠.

물론 엄청난 규모의 지진도 일어나요.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 도호쿠 지방의 해안에서 일어난 지진이 바로 그런 경우죠. 해안에서 130㎞나 떨어진 바다 밑에서 일어난 규모 9.0의 기록적인 지진으로 엄청난 쓰나미가 발생해 해안을 덮쳤어요. 2만여 명의 주민이 희생되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은 땅과 바다를 오염시켰죠. 굉장한 재난이었어요.

먼 옛날에도 지진은 수시로 일어났고, 대규모의 참사도 있었어요. 한번 지진이 나면 성벽들이 무너져 내리고 집과 가축뿐 아니라 사람들이 다치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당시에는 지진이 자연의 음과 양 사이의 균형이 깨지거나, 인간의 잘못 때문에 분노한 신이 내리는 가혹한 형벌이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끔찍한 지진이 일어나지 않게 화가 난 신을 달래줘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사람들은 분노한 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귀한 제물을 마련해서 신에게 바쳤어요. 가축은 물론 심지어 어린 소년·소녀를 살아있는 채로 제물로 바치는 끔찍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800여년 전,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한 과학자는 지진이 신의 분노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는 지진이 바람과 공기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했어요. 짓눌린 공기가 좁은 곳으로 밀려들어 가면 산이 떨리고, 땅이 갈라지는 지진이 일어난다고 판단했죠. 그는 지진 현상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상세히 기록했어요. 이를 토대로 지진을 예측하는 기기인 지동의(地動儀)를 만들었죠. 지동의를 만든 과학자는 바로 장형(張衡·78~139)이에요.

장형은 어려서부터 학문이 뛰어나 유명세를 떨쳤어요. 그의 소문을 들은 궁에서는 장형을 불러들여 벼슬을 줬죠. 그의 진가는 천문관측을 책임지기 시작하면서 발휘됐어요. 농경사회였던 중국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천문관측에 많은 노력을 해왔어요. 계절에 따라 별자리의 배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천문도를 작성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달이 차고 기우는 변화를 근거로 만든 '음력'에 계절의 변화를 포함한 중국의 달력인 '책력'을 만드는 일은 고대 중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어요. 책력은 변방의 이민족들을 다스리는 훌륭한 수단이기도 했죠. 중국은 일찍부터 책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기원전 2세기경부터 천문시계라고 할 수 있는 혼천의(渾天儀)를 만들어왔어요.

장형은 이 혼천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어요. 혼천의에 지구를 중심으로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의 5개 행성과 해와 달의 움직임을 나타냈어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15년인 1433년에 처음으로 혼천의를 만들었어요.

그는 창의적이고 천재적인 과학자였어요. 장형은 "우주는 달걀과 같은데 지구는 우주의 중심으로 달걀의 노른자위와 같고, 하늘은 달걀 껍데기와 같다"고 말한 바 있어요. 이를 '혼천설'이라고 하는데요. 장비도 마땅치 않던 시절, 그는 맨눈 관측과 연구만으로 이러한 사실을 유추했거든요. 혼천설이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대 천문관측 연구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무려 1800여년 전에도 이렇게 뛰어난 과학자가 있었답니다.

ZHANG HENG 장형

아직 과학의 발달이 미진했던 1800년 전. 중국의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장형은 천문학·지질학·공학·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적 업적을 남겼다.

‘허풍선이 과학쇼’ 에피소드 소개

자연재해가 정말 하늘의 분노일까요? 장형은 극장에서 틀어준 지진 영상을 보고 겁에 질린 관객들 앞에 시를 읊으며 그들을 안심시킵니다. 천문학과 수학, 기계공학에 통달한 과학자였던 장형은 동시에 많은 문학 작품을 남긴 시인이었습니다. 장형의 가장 유명한 발명품인 최초의 지진계인 지동의를 소개한 다음, 1900년대 독일 출신의 기상학자이자 지질학자인 알프레드 베게너가 등장해 지진이 일어나는 원인을 ‘대륙이동설’을 통해 설명합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일어난 지진해일에 극장이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게 됩니다. 위험에 빠진 관객들은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