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인 혜민이는 얼마 전 누나가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지만 오랜만에 아기가 태어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칫, 이젠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 모두 저 쬐끄만 녀석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다니까!"

그런 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하루 종일 갓난아기를 돌보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래서 혜민이는 왠지 서글픈 마음이 되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건 좋은데 사랑을 빼앗긴 것 같아서 허전해."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날입니다. 아기를 목욕시켜 재운 뒤 빨래를 정리하고 있던 어머니가 혜민이에게 속삭였습니다.

"아기가 방금 잠들었으니까 살금살금 다녀야 한다!"

"흥! 엄마는 아기밖에 몰라!"

이젠 학교생활이 어땠는지 묻지도 않는 어머니가 야속했던 혜민이는 일부러 쿵쾅거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한참 후, 거실로 나온 혜민이는 열린 안방 문틈으로 아기가 보이자 살며시 다가갔습니다. 아기는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린 채 쌔근쌔근 소리를 내며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 참 예쁘다."

혜민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아기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주었습니다. 그때 방으로 들어오신 어머니가 혜민이 어깨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습니다.

"나비잠 든 아기가 정말 사랑스럽지? 우리 혜민이도 아기 땐 저렇게 귀여웠단다. 동생이니까 네가 아끼고 사랑해줄 거지?" "네, 엄마."

■나비잠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편히 자는 잠’을 뜻하는 고운 우리말입니다.

미국에 사는 이모가 오랜만에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승희는 이모와 함께 남대문시장에 갔습니다.

"야, 남대문시장은 여전하구나! 없는 게 없고 사람들도 북적거리고…. 정말 볼거리가 많네! 일요일이라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다!"

"그러게요. 요새는 외국 사람들도 구경하러 많이 오나 봐요! 정말 흥미진진해요!"

이모와 조카 승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장 골목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싸고 좋은 옷가지와 생활 물품들을 두 손 가득 산 두 사람은 어느덧 점심때가 되자 식당을 찾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모. 뒤쪽에 어떤 사람이 자꾸 따라오는 것 같아요. 아까부터 계속 보여요. 우리가 돈이 많은 줄 알고 따라오는 걸까요?"

승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모에게 속삭였습니다.

"그래? 어떤 녀석이 우리 주머니를 노리고 남상남상 뒤를 따른다고?! 누구야!"

이모는 오히려 뒤돌아보며 이렇게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슬그머니 사라지는 어떤 사람이 보였습니다.

"역시 저 사람이었어요. 이모가 큰소리치니까 그냥 도망가나 봐요."

"누구라도 겁도 없이 우리한테 덤비기만 해보라 그래! 우리 승희는 이모가 지켜줄 거니까. 이제 됐지, 승희야? 우리 저쪽 가서 잔이 남상남상하도록 시원한 음료수도 한잔 마시고 맛있는 점심 먹을까?"

두 사람은 먹자골목을 향해 신나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남상남상

①자꾸 좀 얄밉게 넘어다보는 모양 ②남의 것을 탐내어 가지려고 좀스럽게 기회를 엿보는 모양 ③액체가 그릇에 가득 차서 넘칠 듯한 모양 등의 의미로 쓰이는 재미있는 우리말입니다. 앞에서는 ①과 ②의 뜻으로, 뒤에서는 ③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자유로운상상 제공 |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은 힘이 세다(유재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