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키우기, 그야말로 '난제(難題)'다. 아이디어 덕분에 성공한 인물들을 보면 중요한 건 알겠는데, 막상 맘먹고 창의력을 키워보려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왜 그럴까. 이유는 뻔하다. '방법'을 모르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 10년 넘게 머릿속을 연구한 창의력 고수(高手) 이광형(61) KAIST 교수에게 '비법'을 물어, 보기 좋게 정리했다. 지금부터 소개한다. 생각이 '퐁퐁' 솟는 창의력 개발법.

창의력 키우기의 핵심은 '질문'!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능력'. 창의력의 사전적 의미다. 정의를 확인하니, '목표'가 보인다. 아주 단순하다. 창의력을 키우려면 새로운 생각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선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바로 자문(自問). 쉽게 말해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뇌는 질문을 받으면 자극된다. 그리고 그 질문이 가리키는 곳으로 생각을 이동시킨다. 질문 덕분에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특히 어떤 주제나 개념에 대해 물을 때, 시간·공간·분야를 달리해 질문해보는 게 중요하다.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면 좀 더 참신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창의력 개발법① | 시간을 옮겨라!

'지금'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눈앞에 일회용 컵이 하나 있다.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앞으로 20년 뒤 어떤 일회용 컵을 쓸까?' 답을 구하기 시작할 때부터 더는 우리가 알던 일회용 컵이 아니다. 놔두면 분해돼 저절로 소멸하는 컵, 접어서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컵, 음료를 다 마신 후 먹어서 없앨 수 있는 컵….

이 교수는 "우리는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시간을 옮길 수 있다. 시간여행을 자주 하고, 그와 관련된 질문도 계속 하다 보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창의력 개발법② | 공간 이동시켜라!

둘째 비법은 '공간 이동'. 주어진 문제를 지역·문화·환경·위치에 상관없이 옮겨 질문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활용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중동 시장을 점령한 LG전자의 스마트폰이 그것이다. LG전자는 '중동에선 어떤 기능이 담긴 스마트폰을 좋아할까?' 하고 자문한 다음, 새로운 생각을 떠올렸다. 중동 지역 대부분의 사람은 이슬람교 신자인데, 이들은 어디에 있든 성지 메카를 향해 하루 다섯 차례 기도를 올린다. LG전자는 이에 착안해,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을 스마트폰에 넣었다. 이슬람권 소비자는 당연히 환호했다.

이 교수는 "발 딛고 선 지역이 아닌 다른 곳의 환경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저절로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창의력 개발법③ | 분야를 넘나들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단지 새로운 조합만 있을 뿐. 분야를 넘나들어 이것저것 조합하다 보면 '새것'이 나온다. 스마트폰, 디지털복합기 등도 모두 그렇게 탄생했다.

셋째 창의력 개발법도 어렵지 않다.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집에 있는 TV를 가만히 바라보자. 전원이 꺼진 상황에선 자리만 차지하는 고철에 불과하다. 이때 질문을 던진다. 'TV가 놀고 있을 때를 대비해, 추가할 만한 기능이 없을까?' 약간의 기술을 접목하면, 전원이 꺼졌을 때엔 거울로 쓸 수 있다. 가족의 일일 계획을 적는 메모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주어진 문제를 다른 분야로 옮겨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분야 간 융합이 일어난다. 이것저것 넣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나오게 마련"이라고 했다.

도움말=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좌교수(전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도움 자료=누가 내 머릿속에 창의력을 심어놨지?(문학동네)

[이광형 교수 미니 인터뷰]

창의력도 훈련 통해 향상… 나에게 질문·칭찬하세요

―창의력은 정말 키울 수 있는 건가요?

“당연하죠. 창의력은 천재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어요. 축구를 잘하려면 슛·패스·드리블 등 기본적인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하잖아요? 창의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문제에 직면할 때 시간·공간·분야를 달리하는 기초적인 창의력 질문 훈련을 반복해보세요. 여러분도 충분히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질문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신문을 보고 미래도 그려봐야 하죠. 여행도 많이 다녀봐야 하고요. 보통 어른들이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책·신문 많이 보고, 여행도 자주 다니라고 하잖아요? 물론 왜 그런지 이유는 설명하지 않지만. 스스로 질문을 하려면 여러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니까 다양한 활동을 하라는 겁니다.”

―창의력 키우기의 비법이 또 있다면요?

“칭찬이죠. 스스로 하는 칭찬.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때 새로운 생각을 했다면 자신에게 잘했다고 하는 거예요. 이상해 보여도 이게 대단히 중요해요. 칭찬을 하면 도파민이 생성되는데요. 이는 행복감을 주는 일종의 ‘쾌락 호르몬’이랍니다. 자신에게 잘했다고 하면서 행복해지는 거죠. 창의적인 생각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사실 자신보다 타인이 하는 칭찬이 더 효과적이에요. 부모가 자녀의 새로운 생각을 칭찬해준다면, 그 아이는 분명히 대한민국의 미래로 성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