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
허가람 글｜조승연 그림｜웅진주니어｜9000원

어느 일요일 아침,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 지렁이가 도시를 뒤덮는 사건이 벌어진다. 지렁이들은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땅 위로 솟아올라 고층 빌딩, 아파트, 철교를 휘감고 쓰러졌다. 순식간에 교통이 마비되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도시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소식을 들은 시장이 달려나왔다. "어이쿠, 큰일이네." 장군은 군대를 끌고 나타났다. "새로 개발한 미사일 한 방이면 저놈들은 산산조각이 날 겁니다." 박사도 뛰어왔다. "먼저 해부를…." 담쟁이 신문 어린이 기자 '잔디'가 끼어든다. "대화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저렇게 커다란 지렁이라면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잔디의 생각이 옳았다. 지렁이는 말을 했다. 지렁이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피해 땅 위로 올라왔다고 했다. 지독한 악취, 땅속 모든 생명을 죽이고도 남을 독을 뿜어대는 그 괴물 때문에 무서워서 땅속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시장은 거대 지렁이들을 돌려보내고 도시를 구하기 위해 '땅속 조사단'을 꾸린다. 시장과 장군, 박사 등이 멤버가 된다. 괴물의 모습이 궁금했던 잔디도 땅굴차 바닥에 몰래 몸을 숨겨 함께 땅속으로 들어간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검은 독. 마침내 조사단은 지렁이가 말했던 끔찍한 괴물을 만나게 된다.

도시의 쓰레기 문제를 다룬 환경 동화이자, 판타지 동화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태어나 도시를 위기에 빠뜨린 괴물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너희는 내가 땅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으니까 사라진 줄 알았지? 절대 아냐! 난 백만 년이고 천만 년이고 사라지지 않고 너희를 저주할 거야!"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들이 인간을 위협한다.' 어찌 보면 뻔한 설정이다.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시커먼 겉모습과 달리 순수하고 똑똑한 쓰레기 괴물.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조금씩 마음을 푼다. 괴물은 자신을 '몽테크리스토'로 불러달라고 한다. 감명 깊게 읽은 책 속 주인공 이름이라고 했다. 그리고 수줍은 목소리로 한 가지 소원을 이야기한다. "매일 파란 하늘 아래서 산책을 하고 싶어."

조사단은 쓰레기 괴물을 사람들이 사는 땅 위로 데리고 나온다. 일반적인 동화의 흐름과 상상력을 뛰어넘는 결론이다. 시장은 놀라 아우성치는 시민들을 설득한다. "몽테크리스토 씨는 우리가 만들고 버린 쓰레기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책임져야 합니다." 독자들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뒤로 갈수록 더 흥미진진하다. 막무가내 장군과 몽테크리스토가 토닥토닥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도 귀엽다.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작. 책을 다 읽고 나면 몽테크리스토와 산책을 하고 싶어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