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하면서 발생하는 적조 때문이다. 올 들어 적조로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죽은 물고기만 100만 마리에 다한다고 하니, 어민들의 눈에 플랑크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러나 플랑크톤은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지나치면 독(毒)이 되고, 적당하면 약(藥)이 되는 '두 얼굴의 플랑크톤'에 대해 살펴보자.

◇최소 1μ, 최대 1㎜ 크기의 플랑크톤

플랑크톤은 '떠다닌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플랑크토스(planktons)에서 따온 이름이다. 바다나 담수(강이나 호수처럼 염분이 없는 물)에 둥둥 떠다니며 사는데, 자기 힘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바람이나 해류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흘러다닌다. 우리에게 플랑크톤은 '투명 생물'이나 마찬가지다. 크기가 워낙 작아 맨눈으로 볼 수 없다. 크기는 최소 1μ(미크론·1㎜의 1000분의 1)에서 최대 1㎜. 2~3μ 크기의 플랑크톤의 경우 400배 확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관찰할 수 있다.

▲ 녹조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 시스티스

플랑크톤은 크게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 두 종류로 나뉜다. 미세조류라고도 부르는 식물플랑크톤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해서 유기물을 만든다. 바다에서 생성하는 유기물 양은 1년에 200억톤에 달한다. 동물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는 플랑크톤을 가리킨다. 동물플랑크톤이 1g 살을 찌우려면 식물플랑크톤을 10g 먹어야 한다. 식물플랑크톤을 차지하기 위해 동물플랑크톤끼리 싸우는 일은 없다. 동물플랑크톤보다 식물플랑크톤이 최소 10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 적조를 일으키는 생물은 60여종 정도이며 사진 속 플랑크톤은 대표적인 적조 유발 종인 코크로디니움 포리크리코이데스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와 폐수가 적조와 녹조 만들어

바다가 붉게 물드는 '적조'와 담수가 녹색으로 변하는 '녹조'는 모두 식물플랑크톤의 대량 번식으로 발생한다. 식물플랑크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부영양화'다. 음식물 쓰레기나 산업 폐수, 사람의 배설물 등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서 물속에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에 필요한 질소와 인 등 영양물질이 많아지는 현상이다. 일사량도 플랑크톤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일사량이 증가하면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져 플랑크톤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 스피루리나 프라텐시스. 고단백질을 함유한 종으로, 건강보조식품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된다.

식물플랑크톤이 과해지면 해양생태계에는 비상이 걸린다. 플랑크톤이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호흡을 방해하고, 때론 강한 독으로 어패류를 죽이기 때문이다. 물 표면이 플랑크톤으로 덮이면서 햇빛을 차단한다는 것도 문제다.

▲ 한국해양미세조류은행에서 배양 중인 플랑크톤 모습./한국해양미세조류은행

◇플랑크톤, 지구 산소 4분의 1 만드는 귀한 존재

적조와 녹조를 빼면 플랑크톤을 나쁘게 볼 이유가 전혀 없다. 실제로 플랑크톤은 지구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광합성으로 대기 중에 있는 산소의 4분의 1을 만들어내 지구 생물이 살아가도록 돕는다. 양식할 때 먹이 생물로도 활용된다. 몸의 50%가 단백질로 이뤄진 식물플랑크톤 '스피루리나 프라텐시스'는 영양이 풍부해 바지락 양식에 널리 쓰이고 있다. 미네랄·단백질·아미노산이 풍부한 '클로렐라'는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성산대교 남단에 발생한 녹조./뉴시스

플랑크톤은 미래 대체에너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플랑크톤을 활용한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 고갈,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게다가 플랑크톤을 바다에서 키우게 될 경우 토지비용이 들지 않고 따로 먹이를 줄 필요도 없어서 육상에서 식물을 키울 때보다 생산비용을 30∼50% 절약할 수 있다.

요즘 플랑크톤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고민이 많다. 지구온난화로 환경이 변하면서 플랑크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허성범(66) 한국해양미세조류은행 운영책임자는 "먹이사슬 최하위에서 생태계를 지탱하는 플랑크톤이 사라지면 자연히 우리 식탁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들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며 "바다나 강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가정에서도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