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경찰청이 2015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어린이 1525명이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숨졌다. 매일 1명 정도의 어린이가 보호구역인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셈이다. 최근 이 같은 위험을 예방해주는 어린이 교통안전지대 '옐로카펫'이 주목받고 있다. 옐로카펫은 주로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는 보행 도로에 교통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노란색 안전지대를 가리킨다. 지난 18일, 전국에서 최초로 옐로카펫이 설치된 서울 성북구 길원초등학교 일대를 찾았다. 그동안 옐로카펫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현장 모습을 통해 살펴봤다.

오후 12시 40분. 서울 길원초 앞은 수업을 마친 저학년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주말을 앞둔 덕분에 어린이들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보였다. 여느 초등학교 하굣길과 다름없는 풍경이었지만 여기엔 딱 하나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횡단보도 진입부 벽과 인도에 삼각형 모양으로 노란색 표시가 돼 있다는 점. 바로 어린이 안전지대인 옐로카펫이다. 온통 회색뿐인 콘크리트에 카펫처럼 덧칠된 노란색은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눈길을 끌었다. 옐로카펫 상단에는 밤마다 움직임에 따라 불이 켜지는 태양광 램프도 설치돼 있었다. 이제복 국제아동인권센터 팀장은 "어린이들이 성급히 도로로 뛰어들거나, 운전자가 어린이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 옐로카펫"이라고 설명했다.

길원초에 옐로카펫이 설치된 건 지난 4월. 이전까지는 위치적 특성상 어린이들이 교통안전에 위협을 받을 요소가 많았다. 실제로 길원초 앞 도로를 살펴보니 진입로가 왕복 2차선 도로가 'ㄱ'자 형태로 꺾여지는 곳에 있었다. 코너를 돈 운전자가 어린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 같은 위험 요소를 파악한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청소년자원봉사단인 '길음밴드'가 뜻을 모아 옐로카펫 설치를 진행했다. 정윤희 길음밴드 대표는 "직접 마을 답사를 다니며 어린이에게 횡단보도가 가장 위험하다는 답을 얻었다. 고민 끝에 옐로카펫이라는 대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길원초에 설치된 옐로카펫은 5개월이란 시간 동안 교통 안전지대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이날 하굣길에 만난 어린이들은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옐로카펫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렸다. 노란색 공간 위에 서 있던 김시우(서울 길원초 1) 군은 "차가 없으면 그냥 건너고 싶기도 하지만 위험한 걸 알기 때문에 이곳에 서서 기다린다"고 귀띔했다. 박희원(서울 길원초 3) 양은 "노란색 안에 들어가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작년에는 불쑥불쑥 건너곤 했는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옐로카펫으로 달라진 건 자동차도 마찬가지. 학교 앞을 지나는 자동차들이 옐로카펫을 발견하곤 속도를 졸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출퇴근할 때 학교 앞을 자주 지나간다는 회사원 이승우(45) 씨는 "노란색을 보곤 항상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밤에는 옐로카펫쪽으로 불이 비쳐 운전할 때 오히려 편하다"고 밝혔다. 길원초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 같은 변화를 반기고 있다. 학부모 김은경(43) 씨는 "차들이 정지 신호에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옐로카펫이 생겨 걱정을 조금 덜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