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15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2015 Junior Software Cup·이하 창작대회)' 결과를 발표하는 시상식이 열렸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초·중·고 컴퓨터 고수들이 참여했던 만큼 그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놀랍게도 일반 소프트웨어(SW) 분야 대상을 차지한 이는 앳된 얼굴의 어린이였다. 심사위원단은 "SW 기획에서 구현까지 창의성이 돋보이고, 기술적 고민을 진지하게 해냈다"고 평했다. 수많은 중·고등학생 팀을 제치고 대상을 거머쥔 이 소년은 바로 '식물알리미 Don't Forget me!(이하 식물알리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제작한 이영준(서울 운현초 6) 군이다.

이영준 군이 개발한 '식물알리미'는 식물을 좋아하는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식물을 가꾸고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앱이다. 기능에 따라 6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Add me(식물 추가)' 'Water me(식물 물주기/관리)' 'Draw me(식물 그리기)' 'Learn me(원예 기본 팁)' 'Show me(식물 미래 모습 상상하기)' 'Garden me(식물과 꼬마벌레)' 등이 바로 그것. 이 중 Water me는 정기적으로 식물에 물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또 식물 성장 정보를 가족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분들에게 유용한 것들 위주로 구성했어요. 이 앱이 대상까지 받을 줄은 미처 생각 못했지만 그동안 노력이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해요."

이 군이 프로그래밍에 처음 손을 내민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카드 대회에 나갔다가 탈락해 힘들어하던 이 군에게 아버지가 선물로 사줬던 책 한 권이 계기가 됐다. "프로그래밍 기초를 갈고 닦을 수 있는 씨언어 책을 사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빠가 왜 이런 책을 사주셨나 하고 의문이 들었어요. 내용도 어려웠고요. 그런데 책을 보면 볼수록 프로그래밍이란 신세계에 빠져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책에서 배운 코딩을 직접 컴퓨터에 입력하며 차근차근 공부해 나갔죠."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푹 빠진 이 군은 독학으로 배움의 폭을 넓혀갔다. 씨언어를 비롯해 자바, HTML 등 초등학생에겐 꽤 어려운 프로그램들도 하나씩 섭렵했다. 이 군은 "처음에는 계산기 같은 기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점점 관심사를 반영해 암호 해독 등 어려운 것도 만들었는데 이 결과물들이 창작대회 대상을 차지하는 데 든든한 밑바탕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삼성전자가 주최한 이번 창작대회는 '가족을 위한 소프트웨어'라는 주제로 '일반 SW' '임베디드 SW' 두 부문으로 진행됐다. 제1회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초·중·고 총 923팀(총 2940명)이 도전하는 등 높은 참여 열기를 보였다. 이영준 군 역시 그동안 갈고 닦았던 프로그래밍 실력을 바탕으로 일반 SW 부문에 도전장을 던졌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창작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어요. 대상을 받으면 내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참가를 결심하게 됐답니다."

이 군은 대회 참가에 앞서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했다. 대회 주제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제가 가족이잖아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집에서 키우던 식물이 떠올랐어요. 식물도 저희 집에선 가족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래서 식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형식으로 말이에요."

무난할 거라 생각했던 소프트웨어 제작은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프로그래밍 작업이 문제였다. 앱 제작은 처음이었던 이 군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이 군은 "프로그래밍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는 도움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봤다. 그래도 안 되면 전문가들이 모인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직접 질문을 올렸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지도교사 김선근 운현초 선생님은 "영준이는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며 "이 같은 노력이 심사위원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 수상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이 군의 다음 목표는 물론 프로그래밍을 통한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페이스북같이 사람들이 서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요. 개발자 콘퍼런스에 가기 전까지 완성해서 세계 여러 나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들을 거예요!(웃음)"

끝으로 이영준 군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프로그래밍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그 원리를 얼마나 빨리 이해하느냐예요. 오류가 생기면 왜 생기는지 그걸 잘 알아야 해요. 부끄럽다고 혼자서 전전긍긍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