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동안 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회마다 한국에 수많은 메달을 안겨주며 종합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정구대표팀은 7개 전 종목을 석권하며 우리나라의 종합 순위 2위 달성에 기여했다. 앞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은 정구에 걸린 금메달을 모두 따냈다. 광주 문화초등학교에는 대한민국 정구의 금맥을 이어갈 꿈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최근 막 내린 제57회 전국유소년정구대회 초등부 여자 단체전과 개인 복식(5학년) 부문에서 정상에 오른 문화초 정구부 여학생들이다.

◇강한 정신력과 철저한 몸 관리가 우승 비결

한국여자정구연맹이 주최하는 전국유소년정구대회는 내로라하는 정구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올해는 초등학교, 중학교 52개 팀 400여명의 학생이 출전해 실력을 겨뤘다. 4일 만난 문화초 정구부 어린이들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친 비결로 '강한 정신력'을 꼽았다.

"우리는 실책을 범하거나 누군가에게 비난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어요. 상대팀 학교 학생이 우리에게 '공 잘 치는 척한다'며 소리지르는 일도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정신력도 강했고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거든요."(강가은 양·5학년)

문선혜(5학년) 양은 "몸 관리를 철저히 한 것도 우승에 도움이 됐다. 시합을 앞두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로 실내에서 활동했고, 밥의 양도 너무 많거나 적지 않게 유지하면서 몸이 무거워지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우승 주역으로 문선혜 양을 꼽았다. 문선혜 양은 양지영(5학년) 양과 나간 개인 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백고은(5학년) 양은 "선혜는 경기마다 공을 치는 세기와 방향 조절을 잘했다. 상대가 네트에서 멀리 있으면 짧게, 가까이 있으면 길게 공을 쳐 공격을 막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문선혜 양은 "이번 대회 때는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그리고 함께 경기에 나간 친구들도 열심히 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선배 발자취 따라 '국가대표' 될래요

정구부 어린이들은 1~2년 전부터 정구를 배웠다. 입단 이유는 제각각이다. 강가은 양은 가족의 권유로 정구 공을 잡게 됐다. "테니스를 배우던 아빠께서 제게도 같은 운동을 시키고 싶으셨대요. 그런데 테니스는 힘이 많이 들어가니까 대신 정구를 추천해주셨죠. 공을 주고받는 게임 방식은 비슷하지만, 정구는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공을 이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거든요. 공에 맞아도 아프지 않고요."

오해로 정구와의 인연이 시작된 학생도 있다. "정구부원을 모집할 때 '정구'를 '전구'로 잘못 들었어요. 전구로 과학 실험하는 동아리인 줄 알고 갔는데 공과 라켓을 주시는 거예요. 첫날 스윙 연습을 하는데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계속 하기로 했어요."(양지영 양)

학생들은 방과후 약 4시간씩 연습을 이어갔다. 훈련은 서브와 리시브 등 기본 기술을 익히는 데 집중됐다. 김미자(52) 코치는 "지금은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하는 때다. 기본이 바로 돼 있어야 나중에 다른 기술까지 제대로 습득할 수 있다. 나아가 아이들이 생각 없이 공을 치기보다는, 어떻게 공격할지 고민하면서 공을 날릴 수 있게끔 연습시키고 있다"고 했다.

문선혜 양은 "정구를 하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냈는데, 이젠 친구들과 공을 치며 스트레스를 푸니 화를 덜 내게 됐다"고 말했다. 코트를 쉴새 없이 뛰어다니고 라켓을 휘두르면서 살도 빠졌다. 지승빈(5학년) 양의 경우 약 10㎏의 체중을 감량했다.

학생들의 꿈은 모두 '태극마크 달기'다. 닮고 싶은 선수로는 문화초 졸업생이자 정구 국가대표인 김지연(22·충북 옥천군청) 선수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제15회 인도 세계 정구선수권대회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인물이다. "지연 언니는 공과 상대방의 움직임을 빠르게 판단하고, 이에 맞춰 몸을 움직여요. 이런 모습을 닮으려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기본자세나 기술 연습에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정구란?

경기장 중앙에 네트를 치고 그 양쪽에서 라켓으로 공을 주고받아 승패를 겨루는 운동이다. 테니스와 경기 방식이 비슷하지만, 공과 라켓의 형태가 다르다. 정구 라켓은 테니스 라켓보다 규격이 작고 공도 훨씬 부드럽다. 정구를 연식(軟式)정구, 테니스를 경식(硬式·단단한 공을 사용하는 방식)정구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구는 7회 게임 또는 9회 게임을 한다. 한 게임에선 4점을 먼저 따내야 이긴다.

자료: 대한정구협회·전국정구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