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주 부지런한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농부는 남보다 더 일찍 일어나 밭을 갈고, 더 늦게까지 땀 흘리며 일했어요. 그런데 농부의 밭 아래에는 심술궂은 도깨비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도깨비는 농부를 무척 싫어했어요. 하루 종일 괭이질 소리를 듣느라 골치가 아팠기 때문이에요.

"에잇. 오늘도 새벽같이 잠을 깨우는군! 저 괭이질 소리 때문에 도저히 못 살겠어!"

도깨비는 농부를 골탕 먹이기로 했어요.

다음 날, 새벽같이 밭에 나온 농부는 그만 깜짝 놀랐어요. 어제 열심히 밭에서 골라낸 돌들이 도로 밭에 박혀 있는 것이었어요.

'아이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람? 옳지. 이건 분명히 못된 도깨비 짓이렷다!'

농부는 시치미를 떼고 말하였어요.

"세상에 이런 고마운 일이 있나? 누가 이렇게 좋은 돌을 가득 날라다 주었을까? 돌이 아니라 쇠똥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몰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깨비는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날, 농부는 밭 한가운데 쇠똥이 가득한 걸 보았어요.

'쇠똥이 거름이 되어 올해 농사는 풍년이겠구나!'

농부는 신이 났지만 모른 체하고 말하였어요.

"아이고, 나는 망했네!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했어!"

몰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깨비는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가을이 되자 농부의 밭은 동네에서 제일 잘되었어요.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안 도깨비는 분해서 잠이 안 왔어요. 농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골탕 먹일 궁리만 하던 도깨비는 어느 날 농부가 밤송이에 찔려 우는 것을 보았어요.

"옳다구나! 바로 저것이다."

도깨비는 밤이 되자 밤송이를 잔뜩 짊어지고 와서 농부네 마당에 촘촘히 깔아 두었어요.

다음 날 아침 마당에 나와 본 농부는 깜짝 놀랐지만 모른 체하고 이렇게 말했어요.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일이! 내가 밤송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누가 이렇게 잔뜩 갖다 놓았네! 밤송이가 아니라 알밤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알밤이니까."

도깨비는 밤송이를 전부 거둬 가서 밤새 밤송이를 깠어요. 그리고 알밤 열 자루를 농부네 마당에 가득 쌓아 놓았어요. 농부는 이 알밤을 시장에 내다 팔아 부자가 되었답니다.

★농부를 무척 싫어하는 도깨비, 왜 그랬을까?

하루 종일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의 괭이 소리 때문에 골치가 아팠기 때문이에요.

★밤새 알밤을 까서 마당에 쌓아 놓은 도깨비, 왜 그랬을까?

“밤송이가 아니라 알밤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알밤이니까”라는 농부의 말을 믿고 농부를 골탕 먹이기 위해 그렇게 했어요.

상상의 집 제공 | 뛰는 교과서 나는 국어왕(강효미 글·문지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