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세상’이라는 5월. 어린이들도 즐겁고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 예술 공연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다양한 무대를 모아 소개해본다.

◇어린이 전용 '아이들 극장'… 개관작 '무지개섬 이야기'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 부근. 지나가던 어린이들이 발길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500여명이 참가한 거리 퍼레이드와 서커스 등 어린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공연들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캐릭터 시계와 종이 박스 가면 만들기 등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 지어진 '아이들 극장' 개관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이들 극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 300석 규모(연면적 1185㎡)로 지어진 중대형 어린이 전용 극장이다. 서울과학고 앞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 서쪽을 증축해 개관한 이 공간은 지자체 최초 어린이 전용 극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가 건립하고 종로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았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공간 배치다. 우선 좌석 앞뒤 간격이 80㎝로 널찍하고, 객석이 35도 정도로 경사를 유지해 시야가 가리지 않도록 했다. 비상구와 통로를 각각 4곳씩 만들어 놓았고,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카펫도 깔았다. 공연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300㎡ 정도로 로비도 만들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을 역임한 김숙희 아이들 극장 예술감독은 "그동안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드넓은 공간이 없어 갈증을 느꼈다"며 "앞으로 어린이들의 지적 감수성 발달에 도움이 될 좋은 연극을 이곳에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관 공연으로는 한국희곡작가협회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로부터 '2015 창작 아동희극상'을 받은 연극 '무지개섬 이야기'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고래에게 엄마를 잃은 소년 '용기'와 강한 고래로 인정받고 싶어 집을 나온 새끼 고래 '아쿠'의 이야기를 다룬다. 길을 잃고 헤매는 아쿠에게 용기는 노래를 불러준다. 그런데 이 노래가 원인이 돼 아쿠는 마을 사람들에게 잡히고 만다. 입체적인 소품을 활용한 연출과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게임 중독 다룬 연극부터 수학 푸는 뮤지컬까지… 다양한 주제의 공연 열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극장에서는 5일부터 7일까지 어린이극 '내 코를 찾아주세요'를 공연한다. 잃어버린 코를 되찾기 위한 어느 군인의 요절복통 수난기를 다룬 작품이다. 잘생긴 코를 지닌 코왈료프 소령은 자신의 높은 콧대만큼이나 거만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자신의 코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감쪽같이 사라진 코를 찾기 위해 온 동네를 헤매던 코왈료프는 자신의 코가 장군 차림을 하고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과연 이 콧대 높은 소령은 코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극단 학전은 어린이 무대 여섯 번째 시리즈로 '진구는 게임 중'을 공연한다. '지하철 1호선' 원작으로 유명한 독일 그립스 극단의 '플리머 빌리(Flimmer Billy)'를 번안한 작품이다. 맞벌이 가정 자녀인 10살 진구의 정서적 빈곤이 심각한 게임 중독으로 이어지지만, 가족 간의 소통과 이웃의 관심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인 수빈이 가족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족의 여러 형태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무대 뒤에 있던 분장실을 무대 한쪽으로 가져와 배우가 역할을 전환하는 모습을 관객 모두가 볼 수 있게 한 것도 공연의 재미 중 하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6일부터 15일까지 공연을 관람하는 관람객 중 헌옷을 기부할 경우 공연 티켓을 할인해주는 '착한 기부 이벤트'도 진행한다. 기부된 옷은 추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될 예정이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어린이 전문 극장인 암사어린이극장에서는 가족극 '오즈의 마법사'를 공연한다. 미국 캔자스 주에 사는 도로시는 어느 날 무서운 회오리바람에 날려 오즈라는 환상의 나라에 도착한다. 도로시가 캔자스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에메랄드 수도에 사는 오즈 마법사뿐이다. 작품은 도로시가 오즈 마법사를 찾아 에메랄드 수도로 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도로시는 두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 친구가 된다. 그들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사악한 마녀와 싸우는 등 모험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는 가족 뮤지컬 '캣조르바'를 공연한다. '캣조르바'는 수학교육과 뮤지컬이 합쳐진 독특한 작품이다. 수학 천재 명탐정 고양이 조르바와 아기를 잃은 고양이 미미가 마법 퍼즐을 풀고 고양이를 구하는 내용이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수학 퍼즐이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