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유령이 되었어!

노부미 글·그림｜이기웅 옮김｜길벗어린이｜1만1000원

"엄마가 자동차에 부딪혀서 유령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런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제목도 좀 으스스하다. 하지만 색연필로 그린 동글동글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그림 덕분에 무섭기는커녕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다. 웹툰 같기도 하다. 첫 문장에 이어 곧바로 엄마가 목소리를 낸다. "나, 죽은 거야? 어휴! 죽을 때까지 이렇게 덤벙댄다니까!"

유령이 된 엄마 마음에 가장 걸리는 건 아직 어린 다섯 살배기 아들 건이다. 엄마 없이 괜찮은지, 잘 지내는지 궁금해 집으로 날아간다. 마음 아프게도 건이는 할머니 품에 안겨 엉엉 울고 있다. "할머니, 우리 엄마 어디 갔어?" 묻는 말에 엄마가 "집에 있어!"라고 외쳐도 듣지 못한다.

엄마 유령은 건이와 할머니 주변을 맴돌며 계속 곁에 머문다. 건이는 이를 모른 채 할머니한테 그동안 엄마에게 잘못했던 일들을 술술 털어놓는다. 엄마가 잘 때 몰래 입 안에 코딱지를 넣었고, 엄마 나이를 까먹어서 친구들한테 예순다섯이라고 했단 부분에선 웃음이 빵 터진다.

그런데 밤 12시가 넘으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건이 눈에 엄마 유령이 보였다. 드디어 서로 대화할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마음속 깊이 담아둔 이야기까지 전부 쏟아낸다.

사람은 어른 아이 구분없이 누구나 사랑하는 존재와 이별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친구의 전학, 연인과 결별, 가족이나 반려동물의 죽음…. 언제 어느 때 다가올지 모르는 이런 헤어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별 경험이 있는 어린이들에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씩씩하게 극복할 수 있단 위로를 건넨다.

엄마 유령이 건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이 특히 가슴 뭉클하다. 네가 착하든 말썽쟁이든 어떤 모습이라도 좋다며 "건이의 엄마라서, 엄마는 행복했다"고 말할 땐 눈물이 핑 돈다. 한없이 크고 넓은 부모님의 사랑이 삶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깨닫는다.

슬픈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두 사람이 산책에 나선 장면은 그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크고 작은 사람은 물론, 고양이와 강아지, 물고기, 심지어 똥까지 동네가 전부 귀여운 유령들로 가득 차 있다. 죽음을 일상 속에서 보다 친근하고 편안하게 그려낸 셈이다.

무거운 주제를 유머와 사랑을 통해 풀어낸 수작(秀作)이다. 짧은 내용 안에 웃음과 눈물을 아름답게 버무렸다. 책을 덮고 나니 정호승 시인의 시 '사랑'이 떠오른다.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떠나지 못합니다/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떠나지 못합니다/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떠나지 못합니다/나는 당신을 떠나고 싶어도/떠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