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시골에 가난한 어머니와 아들이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평소에 산에서 캔 나물과 약초를 모아다가 장날이면 함께 내다팔았어요.

"오늘 산에서 귀한 산삼 한 뿌리를 캤어요. 어머니가 드셨으면 해요."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셨어요.

"내가 그 귀한 걸 먹어서 뭐하겠니? 장에 내다팔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그래야 네 장가 밑천을 한 푼이라도 마련할 거 아니냐?"

이를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렸어요.

"봉수 총각이 산삼을 캤다지? 내다팔면 큰돈이 될 텐데 왜 갖고 있대?"

"글쎄, 아들은 어머니 드시라 하고 어머니는 내다팔라 하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나 봐."

얼마 후, 배나무 집 딸 영애가 봉수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뭐야? 네가 뭐가 모자라서 그런 알거지나 마찬가지인 노총각한테 시집을 가겠다는 거냐? 나는 영 초름하다!"

어머니가 펄쩍 뛰며 반대하시자 영애가 이야기했어요.

"산삼처럼 귀한 약초를 발견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에요. 그런 귀한 걸 돈으로 냉큼 바꾸지 않고, 부모님한테 드리고자 하는 마음을 보니 본성이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에요. 배우자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어요.

"그 집안이 초름하여 조금 걱정스럽긴 하다만, 네 생각이 바르니 둘이 노력하면 반드시 집안을 일으켜세울 것 같구나."

■초름하다
①넉넉하지 못하고 조금 모자라다 ②마음에 차지 않아 내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앞에서는 ②, 뒤에서는 ①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야, 완전 봄이구나! 벚꽃이 온통 흐드러졌네!"

"우와, 바람이 부니까 눈이 내리는 것처럼 꽃잎이 날려요!"

윤주네 가족은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호수공원에 나왔어요.

"이거 봐라~ 나 이제 인라인 잘 타지?"

윤주 동생 윤도는 집에서부터 타고 온 인라인스케이트 솜씨를 뽐내며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쌩쌩 달렸어요.

"조심해야지. 사람 많은 데서는."

얼마 전 새로 산 자전거에 한껏 무게를 잡고 오른 아버지가 윤도에게 주의를 주셨어요.

"오늘처럼 사람 많은 데서는 좀 안 타면 안 될까요? 두 사람 다 걱정되네."

어머니가 걱정스레 말씀하셨어요. 그러자 곁에 있던 딸 윤주가 맞장구를 쳤어요.

"맞아요. 저러다 사람들이랑 부딪쳐서 다치게 하면 다 물어줘야 하는 거죠? 제 친구 효숙이도 얼마 전에 자전거랑 부딪쳐서 팔이 부러졌어요. 사람 많은 데서는 함부로 타지 않는 게 공중도덕심 아닐까요?"

"누가 아니라니? 윤주 네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촉빠르니?"

"엄마 아닐까요? 호호."

■촉빠르다
'생기가 있고 재치가 빠르다'는 뜻으로 쓰이는 재치 있는 우리말입니다.

자유로운 상상 제공 |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은 힘이 세다(유재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