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학생이 영화 데뷔작에서 배우 겸 작가로 활약했다. 감독과 의논해 직접 대사를 짜고 연기도 펼쳤다. 완성된 작품은 9개 이상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받았다. 최수인(경기 용인 상현초 6)·설혜인(경기 하남 위례초 6)·이서연(경기 군포 곡란중 1). 다음달 16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들'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열한살 소녀들의 흔들리는 우정과 갈등을 그린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선(수인)은 방학식날 전학 온 지아(혜인)와 친해지면서 외톨이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지아는 선에게 차갑게 대한다. 선을 왕따시키는 보라(서연) 편에 서서 선을 외면한다.

"저희 셋 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어요. 경쟁률이 100대 1이었다고 하던데 뽑힌 게 기적이죠(웃음)."(서연)

영화를 만든 윤가은(34) 감독은 "전형적이고 기계적인 연기를 펼치지 않는다는 게 오디션에서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았다"며 "상황 몰입도와 감정 표현력이 뛰어난 점도 맘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촬영은 대본 없이 진행됐다. 감독이 작품의 주제, 각 신(scene)에서 일어나는 일, 등장인물의 상태와 감정 등을 얘기해주면, 배우들이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대사를 만들어서 연기해야 했다.

"처음에는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대사를 만들지' '똑같은 말만 반복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어요. 다행히 감독님께서 상황을 잘 이끌어가도록 도와주셨어요."(수인)

"아무래도 또래 얘기고, 우리의 진심이 담겨 더 사실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감정 몰입도 잘 됐고요."(혜인)

셋은 연기할 때 실제 학교 친구들 모습을 참고했다. "제가 맡은 보라는 비아냥거리듯이 말해요. 반 친구들끼리 싸울 때 어떤 대화를 하나 본 다음, '끼리끼리 잘 논다'처럼 비꼬는 말을 골라 대사에 넣었어요. 말 한마디를 해도 임팩트 있게 하려고 단어 선택이나 억양에 신경 썼어요."(서연)

"저는 선이처럼 소심한 친구들을 스토커처럼 계속 쳐다봤어요(웃음). 말수가 적은 친구들은 행동이 크지 않은데, 미세하게 표정 변화가 있어요. 무표정인데도 조금씩 달라요. 이런 모습을 선이에 대입했어요."(수인)

영화는 국내 개봉 전 성과를 올렸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제40회 토론토국제아동영화제, 제18회 우디네극동영화제, 제56회 즐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등 다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2월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선 약 800석이 전부 매진됐다. 당시 수인이는 윤 감독과 영화제에 참석했다.

"훌쩍훌쩍 우는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까 영화를 보던 독일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선이가 반 친구들에게 놀림 받고, 유일한 친구 지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장면에서였죠. 눈과 피부색만 다를 뿐이지 그 친구들도 우리랑 똑같이 느끼고 감동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혜인이는 "현실적인 이야기라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 스스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영화였어요. 왕따 문제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잖아요. 방관자가 되기보다는 친구를 도와줘야겠다고 느꼈어요."

수인이와 서연이도 맞장구를 쳤다. "학교생활에서 일어난 일을 다뤄서 배울 점이 많아요.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의 행동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선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소심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지아는 옛날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기 때문에 또다시 혼자가 될까 봐 선이를 피하는 거예요. 보라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욕심 때문에 힘들어하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면 싸울 때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지 않고, 친구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