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야구 교과서

한국방정환재단 기획｜스포츠문화연구소 지음

이창우 그림｜휴먼어린이｜1만5000원

1903년 미국인 선교사들이 조선 땅에 황성기독교청년회(YMCA)를 세웠다. 이 선교사들 중에 필립 질레트가 있었다. 한국에 최초로 야구를 도입한 인물이다. 그는 1904년 조선 청년들을 모아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YMCA 야구단을 시작으로 한성덕어학교, 배재학당, 휘문의숙 등 학교 야구단이 잇따라 창설됐다.

초창기 한국 야구는 생각보다 큰 인기를 누렸다. 1922년 12월 용산 만철구장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팀과 조선 야구단의 친선 경기가 열렸는데, 엄청난 인파가 몰려 전차 노선에 임시 열차가 편성될 정도였다. 경기 결과는 23대3. 한국의 참패였지만, 총 입장 수익 1700원을 벌어들이며 흥행에는 성공했다. 당시 학생 입장료는 50전(1원＝100전)이었다.

한 경기에 평균 3시간을 넘기는 야구. 그나마도 선수가 공을 던지거나 치거나 뛰거나 하는 시간은 전체의 18분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2시간 40분 이상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공격과 수비가 교대하고, 투수가 공 던질 준비를 하는 데 쓰인다. 비효율적인 스포츠라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100년 전 조선 사람들을 홀려버릴 정도로 야구는 재밌다.

이 책은 '우리는 왜 야구에 열광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느슨한 듯 빠르게 전개되는 경기, 유명세를 떠나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세 번의 기회, 9회말 투아웃까지 아무도 모르는 승패 등 야구의 매력을 차근차근 짚어낸다. 미국에서 시작된 야구의 역사, 복잡해 보이는 경기 규칙, 전략과 전술을 쉽게 설명한다.

짝을 이뤄 경기하는 투수와 포수를 '배터리(battery)'라고 부르는 이유도 알려준다.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타자들이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서기 전에 투수와 포수가 미리 상대 팀을 '두들겨준다(batter)'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게 가장 유력하다. 서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이끌어가는 배터리는 팀 전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핵심 선수라 할 수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 제2의 류현진을 꿈꾸는 야구 꿈나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야구를 잘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조막손 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야구선수로 거듭난 짐 애벗, '야구는 남자들의 경기'라는 편견을 깬 여자선수 일라 보더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야구가 왜 '멘털 스포츠'인지 깨닫게 된다. 실패를 극복하는 용기, 팀을 위해 나를 내려놓는 희생, 실수한 동료를 어루만져주는 배려 등 야구에 담긴 철학과 가치가 야구장 밖 우리 삶에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