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10년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블룸버그 박사가 태어난 날인 7월 28일을 기념일로 제정해 간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2015년 한 해에만 1만여 명이 간염 발생 환자로 신고됐다. 환자가 해마다 늘어 올해 상반기 A형 간염 환자 수만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간염의 날을 맞아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

◇A형 간염, 개인 위생 철저히 해야

간염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간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간염은 발병 초기에는 피로감과 두통을 동반한 감기몸살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방치해 만성으로 진행될 경우 간암과 같은 치명적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간염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 바이러스성 간염으로는 A, B, C형이 있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주로 입을 통해 체내에 들어와 발생한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거나 음식이 오염되기 쉬운 여름철에 감염되기 쉽다. 전염성이 강해 학교 같은 집단 시설 내에서 발생할 경우, 빠르게 전파된다. 위생 환경 개선으로 어릴 적 A형 간염에 노출될 경우가 적기 때문에 반드시 A형 간염 접종을 통해 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A형 간염은 만성으로는 진행되지 않고 급성으로만 발생한다. 감염되면 4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초기에 피로감과 근육통, 식욕 부진 등 감기몸살이나 위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소변이 갈색으로 짙어지고 눈 흰자위가 노란색으로 변한다면 A형 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김휘영 이대목동병원 간 센터 교수는 "아직 A형 간염은 치료제가 없다"며 "일단 감염되었다면 고른 영양 섭취와 충분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A형 간염은 감염 환자와 접촉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 또는 음식 등을 통해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위생에 매우 신경 써야 한다.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끓인 물을 마시며 ▲조리되지 않은 해산물과 씻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간암의 주요 원인인 'B형 간염'

우리나라에서 흔한 B형 간염은 간암 발생 원인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B형 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3억명 이상이 감염됐으며, 매년 100만명 정도가 이로 인해 사망한다. 과거의 주된 감염 경로는 바이러스 보유자인 산모에 의해 아이가 수직 감염되는 경우였다. 최근에는 감염된 혈액에 직접적으로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김병익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염은 바이러스가 간을 직접 공격하고 손상한 탓에 발생하는 것보다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라며 "감염된 간세포를 파괴하려다가 도리어 간이 손상되는 원리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B형 간염은 A형 간염과 같이 백신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통한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항체가 없는 경우에는 총 3회 주사를 맞으면 된다. B형 간염 보유자인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경우, 출생 직후 면역글로불린(HBIG)과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C형 간염 "조기 관리가 중요해"

C형 간염은 A, B형 간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증상이 거의 없어 감염되고도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오염된 혈액에 직접적으로 접촉할 경우 감염된다. 주로 오염된 혈액 수혈, 장기 이식, 오염된 주사기에 찔리는 경우, 정맥주사 약물 남용 등으로 발생한다.

적은 양의 혈액으로도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수혈, 문신, 피어싱은 물론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공동으로 사용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 피부에 상처를 낼 여지가 있는 도구들은 개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정맥주사 등 약물 남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C형 간염은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개인 위생 관리를 통해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꾸준히 치료하면 완치까지 가능한 질환"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C형 간염은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돼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간염은 유전된다?

유전되지는 않지만, B형 간염 보균자인 임신부의 경우, 출산 시 태아에게 수직으로 감염될 위험이 있다.

B형 간염 보균자와 함께 음식을 먹으면 감염된다?

아니다. 혈액으로 전파가 되므로 함께 음식을 먹어도 감염되지 않는다. 반면 A형 간염은 감염된 환자와의 가벼운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음식을 먹거나 물잔 등을 같이 사용하면 안 된다.

동물의 간을 먹는 것이 사람의 간에 좋다?

아니다. 동물의 간을 먹는 것이 몸에 좋으리라는 막연한 환상은 피해야 한다. 물론 음식으로서의 간이 훌륭한 음식 재료임에는 틀림없지만, 간 자체가 간의 재생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간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개 그렇다. 정상적인 간의 평균 무게는 1.4㎏~1.7㎏ 정도이지만, 체중이나 키의 변화에 따라 간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다. 비만하거나 키가 큰 사람은 상대적으로 큰 간을 갖는 셈이다.

●간에 좋은 음식은?

·홍삼: C형 간염에 효과적인 음식이다. 이집트 국립 연구소 모사드 박사 연구진의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북어: 북어는 명태보다 간세포 재생을 돕는 단백질 함량이 2배 정도 높다.

·부추: '간의 채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좋은 음식으로 비타민 C, 철분 등이 간을 튼튼하게 해준다.

·당근: 당근에 함유된 베타카로틴 성분은 저하된 간 기능을 회복시킨다. 또한 간세포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