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 양예수라는 태의(임금님의 병을 고치던 의원)가 있었어. 그는 의술이 뛰어나 '의림촬요'라는 의학 서적을 남기기도 했어.

한번은 양예수가 사신을 따라 중국에 간 적이 있었어. 도중에 압록강을 건너 길에서 잠을 자게 되었지. 그런데 어둠을 틈타 어디선가 호랑이가 나타나서는 양예수를 등에 태우고 쏜살같이 내달렸어.

얼마 뒤 호랑이는 어느 언덕 위에 그를 내려놓고 새끼들을 그 앞에다 데려다 놓았어. 그러더니만 양예수에게 절을 하고 땅바닥에 엎드렸는데, 마치 무언가를 간절히 부탁하는 것 같았어.

양예수는 새끼 중에 어디 탈이 난 놈이 있나 보다 생각했지. 새끼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니, 그중 다리가 부러져서 곧 죽게 생긴 놈이 하나 있는 거야. 양예수는 약 주머니에서 환약을 꺼내 짓이겨 부러진 새끼 호랑이 다리에 붙이고, 또 송진을 발라 주었어.

그 모습을 보여 주고 손으로 소나무를 가리켰더니 어미 호랑이는 치료법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릎을 꿇고 거듭 고맙다는 시늉을 했어. 그러고는 양예수 앞에 검은 돌멩이 하나를 내놓았어. 양예수가 그 돌을 받아 품에 넣자 호랑이는 그를 업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시 데려다주었지.

그 뒤 중국 북경에 도착해서 물건 감정을 잘하는 사람에게 그 돌을 보여 주었어. 그러자 감정가는 깜짝 놀라며 말했어.

"이 돌은 주천석이오. 이 돌을 물에 담가 두면 물이 술로 변한답니다. 세상에 둘도 없이 귀한 보물이지요."

양예수가 호랑이가 준 돌을 물에 담갔더니, 정말로 물이 술로 변하더래. 참 신기한 일이지?

호랑이가 선물한 돌은
주천석이오
이 돌을 물에 담가두면
물이 술로 변한답니다

>> 생각해봅시다

조선 후기 유재건(劉在建·1793~1880년)이 지은 '이향견문록(異鄕見聞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미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를 살려 준 양예수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물을 술로 바꾸는 귀한 돌인 '주천석'을 선물했다는 내용이에요. 부모는 자식이 아플 때 가장 슬프다고 하지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똑같은 마음인가 봐요. 귀한 보물을 내어주고서라도 자식의 병을 고치고 싶어 했던 어미 호랑이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공동기획 | 소년조선일보·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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