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지난 10일 오후, '2016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공기권총 남자 초등부 결승이 열린 충북 청주 종합사격장은 묵직한 총성으로 가득했다. 사로(총을 쏠 수 있도록 구획된 장소)에 나란히 선 선수들은 10m 앞에 놓인 표적 정중앙을 맞히기 위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그중 14사로에 선 소년에게 관중의 시선이 쏠렸다. 소년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방아쇠를 당기며 상대 선수와 점수 차이를 꾸준히 벌렸다. 마지막 40발째 사격이 끝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모니터에 찍힌 소년의 점수는 355점. 기존 대회 최고기록 338점을 17점 넘긴 기록이었다. 공기권총 남자 초등부 1위에 오른 이 소년은 전남 광양 용강초등학교 6학년 김준호 군이다.

◇소음 등 악조건에서 금메달 일궈내

지난 26일 전남 순천 향림중학교 사격장에서 만난 준호 군은 여름방학임에도 훈련에 한창이었다. "집 근처에는 사격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서 형, 누나들과 훈련하고 있어요. 날씨가 더워서 땀이 비 오듯이 나지만, 우승 당시를 떠올리면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웃음)."

준호 군이 공기권총 남자 초등부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2016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는 일반부, 학생(초·중·고교 및 대학)부 등 총 400여 개 팀 27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최대 규모 대회다. 특히 국가대표 선수 전원이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 대회에 나설 정도로 내로라하는 명사수들이 총집합해 자웅을 겨뤘다.

초등부 공기권총 종목에 도전장을 내민 준호 군은 "2등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동안 대회에 출전만 하면 2등이었거든요. 국가대표들도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선 좋은 기록으로 꼭 1위를 하자고 마음먹었죠."

대회 당일 사격장에 도착한 준호 군은 뜻밖의 상황과 마주했다. 조용해야 할 사격장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현지 소음 적응 훈련의 하나로 마련한 이벤트였다. 사격이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인 만큼 자칫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 준호 군은 "오히려 편했다"며 웃었다.

"사실 너무 조용한 것도 부담되거든요. 클래식 음악이 제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준 것 같기도 하고요. 게다가 집중력 하나는 제가 끝내주거든요!"

남다른 정신력을 자랑했던 준호 군은 대회 결승에서 본인 최고 기록과 대회 최고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 선수 같은 훌륭한 선수 되고 싶어요!"

사실 준호 군이 권총을 처음 손에 쥔 건 불과 일곱 달 전이다. 클레이 사격을 하던 아버지의 권유로 사격 선수의 길에 발을 내디뎠다. "5학년 겨울방학 때였을 거예요. 아빠가 사격을 하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많은 걸 얻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맨 처음 들었을 땐 하기 싫었죠. 총이라니…. 무섭잖아요. 테스트나 받아볼 겸 이곳에 와서 권총을 잡았는데 느낌이 딱 왔어요! 그래서 하겠다고 했죠!"

본격적으로 사격을 배우기 시작한 준호 군은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다른 선수에 비해 늦은 출발이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야 했다. "사격에 가장 기초가 되는 훈련이 '정지' 훈련이에요. 권총을 쥐고 표적을 겨눌 때 자세가 좋아야 표적 정중앙을 맞힐 수 있거든요. 그 기본이 되는 팔 힘을 기르기 위해 팔굽혀펴기라든지 아령을 끊임없이 했어요. 처음에는 알이 배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점차 적응이 되더라고요."

노력의 결과는 금방 드러났다. 사격 시작 두 달 만에 출전한 전국공기총사격대회에서 2위에 오른 것. 그 뒤에도 '대통령경호실장기' '46회 봉황기' 등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눈부신 성장 속도를 보여준 준호 군은 "처음 대회에 출전할 때만 해도 생각만큼 사격도 잘 안 되고 많이 떨렸다"며 "이 같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사격 선수로서 김준호 군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습득력'과 '냉철한 판단력'이다. 이명숙 코치는 "준호는 한번 가르쳐주면 그걸 곧바로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응용까지 한다"며 "앞으로 부족한 부분만 보완하면 좋은 사격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여름방학은 김 군에게 무척 중요한 시기다. 하반기에 시작될 대회를 앞두고 실력을 한 단계 상승시킬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팔 힘도 부족하고, 자세도 더 바로잡아야 하고요. 차근차근 노력하다 보면 진종오 선수처럼 훌륭한 사격 선수가 될 수 있겠죠?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그날을 기다리며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