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7월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로슬린 연구소에서 양 한 마리가 태어났다. '돌리(Dolly)'라고 이름 붙여진 이 양의 탄생 소식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인간이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만든 첫 인공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이후 생명 공학 분야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돌리 탄생 20주년을 맞아 흥미진진한 '동물 복제 이야기'를 소개한다.

◇276번의 실패 끝에 태어난 '돌리'

안녕? 난 복제 양 '돌리'라고 해. 내 이름 많이 들어봤지?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전 세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단다. 지금이야 동물 복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이지만 당시에는 실험실에서 번식이 이뤄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어. 심지어 과학자들도 '복제 동물 탄생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얘기'라고 한 상황에서 내가 태어났으니 사람들은 엄청 놀랐겠지?

덕분에 난 미국 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고, 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과 만화, 오페라까지 만들어졌어. 유명세가 좋았던 것만은 아냐. 나를 보려고 온 관광객들이 준 과자를 받아먹다가 뚱뚱해지고 건강도 나빠졌어. 이 때문에 '복제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거대하다'는 오해도 받았지.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지 궁금하지? 동물의 새끼가 태어나려면 암컷과 수컷이 '교배'라는 과정을 해야 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어.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태어났거든.

먼저 여섯 살짜리 핀란드 양의 체세포를 스코틀랜드 양의 난자와 인공 수정했어. 그런 다음 수정란을 암컷 양의 자궁에 착상시켜 그 안에서 5개월을 자란 뒤 탄생했지. 어마어마하게 험난한 과정이었어. 수정란 착상에 276번이나 실패했지. 277번째 시도 끝에 마침내 성공했어. 그게 바로 나, 돌리야.

▲ 돌리(사진 오른쪽)와 돌리의 새끼인 보니.

◇돌리 탄생 이후 20종 넘는 복제 동물 나와

사람들은 나를 최초의 복제 동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복제 동물은 여럿 있었어.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2년에는 미국의 로버트 브릭스 박사가 개구리 수정란 세포를 난자에 이식해 올챙이를 만들었어. 1981년에는 미국의 칼 일멘제·피터 호페 박사가 생쥐를, 1986년 영국의 스틴 윌라드센 박사는 양을 복제했지.

차이점이 있다면 체세포 복제로 만들어진 나와는 달리 앞서 복제된 동물들은 수정란을 이용하는 '생식세포 복제'라는 과정을 거쳤다는 거야. 체세포 복제 기술은 체세포 하나로 똑같은 유전정보를 지닌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어. 이 때문에 내가 동물 복제 역사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존재로 각인된 거지.

내가 태어난 이후 전 세계에서는 소, 돼지, 개, 고양이 등 20종이 넘는 동물 복제가 이뤄졌어. 복제 소는 내가 태어나고 2년 후인 1998년 일본에서 탄생했지. 최근 미국에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원숭이 복제의 마지막 단계 연구가 끝나간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어. 동물 복제 기술의 눈부신 성장, 정말 놀랍지?

◇생명과학의 희망과 위협을 전하다

내가 어떻게 세상을 떠나게 됐는지 아는 친구들은 많지 않을 거야. 동물 복제 가능성을 연 나는 고작 6살 때 폐샘종증에 걸렸어. 2003년 2월 초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고 심한 기침이 나기 시작하더라고. 결국 진단을 받고 일주일이 지난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때 주사를 맞고 안락사했어. 나는 박제됐고, 지금은 영국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돼 있단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체세포 복제 기술은 현재 나날이 발전하며 불치병 연구나 불임 치료 등에 큰 기여를 하고 있어. 반면 신의 영역으로 알려졌던 생명의 탄생에 인간의 과학 기술이 관여함으로써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논쟁이 불붙기도 했지. 인간 복제 이야기도 나오고 말이야.

중요한 건 이런 과학 기술들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의 분별력이 아닐까? 박물관에서 나를 만나게 된다면 그저 박제된 동물로만 보지 말고, 생명과학의 희망과 위협을 동시에 떠올렸으면 좋겠어.

 

체세포 복제로 탄생한 동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