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임금은 고양이를 좋아했어. 한번은 궁궐 뒤뜰을 거니는데, 어미 고양이가 굶주려 죽어 가고 있지 뭐야? 숙종 임금은 안쓰러운 마음에 궁인에게 그 고양이를 기르도록 했어. 그리고 '금덕'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지. 금덕이는 새끼 한 마리를 낳고는 얼마 후 죽고 말았어. 숙종 임금은 금덕이를 묻어 주고 글을 지어 그의 죽음을 슬퍼해 주었대.

새끼는 누런 빛깔의 큰 고양이로 자라났는데 다른 고양이들과는 아주 달랐어. 숙종 임금은 이 고양이를 아껴서 금색 고양이라는 뜻으로 '금묘'라고 불렀대. 고양이는 "금묘야" 하면 바로 달려왔어. 낮에 조용할 때는 계단에서 세수를 하고, 저녁에 추워지면 용상(임금이 나랏일을 볼 때 앉는 평상) 곁에서 어슬렁거렸어.

궁궐 안의 다른 사람들은 감히 금묘를 가까이하거나 길들이지 못했어. 높은 벼슬아치들이 음식을 주면 받아먹지 않고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감추고서 용상 밑으로 기어들었지. 그러다 숙종 임금이 밥을 주면 그제야 밥을 먹었어. 몇십 년을 이렇게 숙종 임금과 함께 지냈지.

그러던 어느 날 숙종 임금이 드실 고기가 없어졌어. 궁인들은 금묘가 훔쳐 간 것이라 생각하고는 금묘를 절로 귀양 보냈어. 그런데 금묘가 절에 있는 동안 숙종 임금이 승하(임금이 세상을 떠남)하셨어. 돌아가신 숙종 임금이 극락왕생(괴로움 없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하기를 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절에 찾아왔지. 그러자 고양이는 며칠 동안을 울면서 밥을 먹지 않았어.

승려들이 모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궁에 알리자, 대비마마가 속히 그 고양이를 궁으로 데려오게 했어. 그런데 금묘는 더 슬피 울기만 할 뿐, 궁인들이 주는 음식을 먹지도 않았고 고기를 주어도 쳐다보지도 않았어. 심지어는 주둥이에다 고기를 발라 주어도 바로 고개를 돌리고 땅에 비벼 닦았어. 궁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지.

금묘는 죽은 임금을 모신 뜰로 가서는 밤낮을 쉬지 않고 빈전(왕이나 왕비의 장례를 치를 때까지 관을 모셔 두던 전각) 주위를 빙빙 돌며 슬피 울었어.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머리를 들었다 몸을 굽혔다 하며 울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 구슬퍼 듣는 사람마다 눈물을 흘렸지. 고양이 금묘는 20일 동안을 그렇게 울었어.

어느 날 저녁에 보니, 금묘가 빈전 계단 아래에 죽은 채로 누워 있었어.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마르고 털도 다 빠져 참혹한 모습이었지. 대비마마는 슬프면서도 감격스러워 비단옷으로 금묘를 감싸 숙종 임금이 묻혀 있는 명릉 근처 길가에 묻어 주도록 하였대.

>> 생각해봅시다

조선 후기 김시민(1681~1747)의 작품을 모은 '동포집(東圃集)'과 이하곤(1677~1724)의 작품을 모은 '두타초(頭陀草)'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금묘는 자신을 길러 준 숙종 임금이 돌아가시자 슬픔을 가누지 못해 따라 죽었어요. 숙종 임금의 어진 성품이 동물에게도 전해진 걸까요? 키워 준 부모의 은혜도 모르고 속을 썩이는 사람들도 많은데, 고양이가 이런 행동을 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공동기획 ㅣ 소년조선일보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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