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뜬다. 떠!"

지난 21일 오전 충남 보령 성주사지(사적 제307호). 너비 110㎝, 높이 40㎝ 크기의 드론(무인 비행기) 한 대가 "붕"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보령 청룡초등학교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드론은 200m 상공을 날며 유적지의 국보와 보물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지상에 설치된 영상 모니터를 통해 드론이 전송하는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흘러나왔다.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탑 꼭대기, 지붕돌 모양까지 생생하게 비췄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주최하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주관하는 청소년 진로 체험 프로그램 '불꽃탐사대' 활동 현장이다.

불꽃탐사대는 올해 처음 시행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3회에 걸쳐 지역 문화유산을 배우고 관련 분야의 진로를 체험하는 형태다. 전국 5개교 800여 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이번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불꽃탐사대 네 번째 학교로 나선 청룡초는 이날 보령 성주사지에서 드론을 이용한 문화유산 탐방 체험을 즐겼다. 성주사는 통일신라 시대 승려 무염 대사가 크게 번창시킨 사찰로 지금은 터와 석탑, 비석 등만이 남아 있다. 항공 촬영 전문가인 권성일(44)씨가 청룡초 학생들 앞에 섰다.

"드론은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됐지만 현재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어요. 기체에 부착된 카메라로 유적지 전경이나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을 촬영해 문화재의 현황, 훼손 여부를 파악할 수 있거든요."

권씨가 드론 조종기를 잡았다. 하늘로 띄운 드론이 보령 성주사지 낭혜화상탑비(국보 제8호), 오층석탑(보물 제19호), 중앙 삼층석탑(보물 제20호), 서 삼층석탑(보물 제47호) 등을 차례로 훑었다.

학생들은 드론이 보내는 영상을 보며 감탄했다. 3m를 훌쩍 넘기는 높이 탓에 고개를 젖혀야 끝이 보이던 석탑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김예은(6학년) 양은 "드론으로 내려다보니 밑에서 쳐다보던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면서 "만약에 자연재해로 문화재가 파손되면 드론으로 찍어둔 사진, 영상이 복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절터 서북쪽에 우뚝 솟은 '보령 성주사지 낭혜화상탑비'였다. 이번에는 한국 전통 건축 전문가인 서건혁(31)씨가 나섰다. "무염 대사를 기리기 위해 만든 비석입니다. 비석에는 신라의 명문장가 최치원이 지은 약 5120자의 비문이 새겨져 있어요. 무염 대사의 어린 시절, 불법 전파 과정 등이 기록돼 있어요."

'석탑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도 학생들의 관심을 모았다. 서씨에 따르면 석탑은 크게 기단·탑신·상륜부로 나뉜다. 사람으로 치면 기단은 다리, 탑신은 몸통인 셈이다.

서씨는 "상륜부는 탑의 꼭대기 부분으로 '쇠막대기'를 꽂아 두는데 일제강점기 도난당하거나 훼손돼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성주사지의 석탑에도 쇠막대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설을 듣던 오은혜(6학년) 양은 "비록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머릿속으로 과거 사찰의 모습을 상상하니 재밌다"며 웃었다.

학생들은 이날 답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령 지역의 문화유산을 홍보하는 자료를 제작했다. 김민서(5학년) 군은 "대천해수욕장 외에도 우리 동네에 자랑거리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중한 문화재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