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의 전설'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진행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 참가해 마지막 샷을 날렸다. 이어 은퇴식을 갖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1996년 프로 무대에 등장한 그의 발자취는 곧 한국 여자 골프의 역사다. 데뷔 첫해에만 4승을 거두며 상금왕을 차지했다. 2년 뒤인 1998년에는 LPGA에 진출, 그해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인왕은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특히 US여자오픈에선 길이 남을 명장면이 탄생했다. 박세리는 경기 도중 공이 연못에 빠지자 맨발로 물에 들어가 샷을 날리는 투혼을 보여줬다. 이 모습은 당시 외환 위기를 겪고 있던 우리 국민에게 큰 희망을 선물했다.

이후에도 LPGA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한국인 최초로 통산 25승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2007년엔 아시아인 중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받은 상금을 전부 합치면 약 1258만달러(약 142억원)에 달한다. 올해 리우올림픽에선 감독으로 여자 대표팀을 이끌며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금메달을 일궈냈다.

필드는 떠나지만 그는 후배 양성 등을 통해 한국 골프 발전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은퇴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얼마 전 고인이 된 아널드 파머처럼 많은 이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 골프 유망주나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고생한 만큼 많은 것을 얻었기에 행복하다"란 은퇴 소감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