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800개가 넘는 점포가 잿더미로 변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30일 오전 2시 8분 무렵 서문시장 1지구와 4지구 사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은 4지구 종합상가로 옮겨붙어 4층 건물을 모두 태우고 진화됐다. 대다수 상인이 퇴근하고 없는 시간에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대구소방본부는 이날 870명의 인력과 펌프차와 탱크로리(액체를 운반하는 화물차), 구급차 등 99대의 장비를 현장에 투입했다. 헬기 2대도 공중에서 진화 작업을 도왔다. 방화벽 시설이 없는 상가 구조 탓에 6시간 만에 겨우 불길이 잡혔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다쳤다.

서문시장 4지구는 전체면적 1만5300여㎡ 규모로, 지하 1층과 지상 4층으로 구성돼 있다. 1~3층에는 원단과 한복, 커튼, 이불 등 가연성 소재를 취급하는 점포 839개가 밀집해 있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서문시장은 공설시장으로 허가받은 1922년 이후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른 곳이다. 가장 화재가 잦았던 1960년대에는 세 차례에 걸쳐 큰불이 났다. 지난 2005년 12월에는 시장에서 가장 큰 2지구가 전소해 689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한편, 이날 사고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은 자체 봉사단을 꾸려 사고 현장에 투입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대한적십자사는 간식거리와 점심을 준비했고, 라이온스클럽과 중구 자원봉사센터도 현장 지원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