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하얀 튀튀(여자 발레 의상)를 입은 무용수 20여명이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사박사박 모였다가 순식간에 흩어지고, 다시 대열을 만들며 하나가 된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1막 '눈송이의 왈츠'.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 환상적인 춤을 다시 볼 수 있는 계절이 왔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대표적인 겨울 공연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년 크리스마스나 연말 즈음 공연된다. 줄거리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이맘때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콤비로 꼽히는 차이콥스키(음악)와 마리우스 프티파(안무)가 탄생시킨 작품으로, 1892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124년간 인기를 누리는 고전발레의 대표작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1986년 초연 이후 한국 발레 역사상 최다 공연 기록(총 760회)을 세운 작품이다. 같은 '호두까기인형'이라도 발레단마다 버전이 다른데, 유니버설발레단은 세련되고 화려한 군무가 특징이다. 또 줄거리를 설명하는 '발레 마임'을 풍부하게 집어넣어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다른 전막 발레에 비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춤 동작이 유독 많다는 것도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의 자랑이다. 덕분에 관객은 눈이 즐겁다. 1막 마지막을 장식하는 눈송이의 왈츠, 2막 초반에 등장하는 세계 각국의 민속춤, 남녀 무용수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로즈 왈츠', 공연의 피날레를 이루는 클라라와 호두왕자의 '그랑파드되(2인무)'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수 없다.

공연은 오는 16일부터 3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무대에서 펼쳐진다. 특히 첫날인 16일 3시 공연은 문화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등 1000명을 초청하는 자선공연으로 마련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97년부터 20년째 그해 첫 번째 '호두까기인형' 공연을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자선공연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훈숙 단장은 "발레단의 모토 '예천미지(藝天美地)'는 천상의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도 문화 예술 나눔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