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연일 지역에서 있었던 일이야. 사또가 관가에 앉아 있는데, 개 한 마리가 문으로 쑥 들어오는 거야. 그 개는 문지기가 동쪽으로 쫓으면 다시 서쪽으로 돌아오고, 저쪽으로 나갔다가는 다시 이쪽으로 들어오곤 했지. 아무리 쫓아내도 계속 들어오자 사또가 이상하게 생각했어.

"쫓지 말고 개가 하는 대로 그냥 놔두어 보아라."

그랬더니 개가 곧바로 마당에 와 엎드려서는 사또를 우러러보며 짖어 댔어. 그 모습은 말은 못 해도 마치 무언가를 간절히 호소하는 것처럼 보였지. 사또가 개에게 물었어.

"네가 무언가 알릴 게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그 뜻을 알 수가 없구나. 너한테 군졸 두 명을 내어 줄 테니, 함께 가서 네가 말하려는 것이 뭔지 보여 주겠느냐?"

그러자 개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듯 수도 없이 엎드렸다 일어나기를 반복했어.

두 군졸에게 그 개를 따라가게 하자, 그제야 개는 문을 나서서 앞장섰어. 따라가는 군졸이 뒤처지기라도 하면 돌아보고는 꼬리를 흔들면서 기다려 주었어. 그렇게 계속해서 수십 리 길을 갔어.

마침내 백여 집이 사는 커다란 마을에 다다르자, 곧장 마을 뒤에 있는 작은 집으로 향했어. 그런데 거기에는 살해된 어떤 부인의 시신이 있었어.

군졸이 개에게 물었어.

"너는 네 주인을 죽인 자를 아느냐? 누군지 한번 가리켜 보아라."

그러자 그 개는 꼬리를 흔들고는 길을 나섰어. 온 마을을 구석구석 다니며 사람들 얼굴을 올려다보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자 다시 다른 마을로 갔어.

그런데 거기서 어떤 총각을 보자 달려들어서는 그의 옷을 물고 늘어지며 짖어 댔어. 군졸은 그 총각을 묶어 관가로 데려갔지. 개도 관가 마당으로 따라 들어왔는데, 분노에 차서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 총각을 노려보면서 물고 늘어지며 으르렁거렸어. 사또가 다그치자 그 총각은 더는 숨길 수가 없어 자기가 지은 죄를 사실대로 털어놓았어.

사또는 즉시 그 남자에게 벌을 내렸어.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부인을 위해 옷과 관을 마련해 장사를 치러 주었어. 그런데 장사를 마치고 나자 개도 무덤가에서 따라 죽었대.

글을 남긴 김약련 선생은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데다 갑작스레 사고로 죽은 그 부인을 애도했어. 그리고 개가 평소 주인의 행동에 감동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 거라고 했지.


>> 생각해봅시다

조선 후기 김약련(1730~1802)의 작품을 모은 ‘두암선생문집(斗庵先生文集)’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주인이 죽는 걸 목격한 개가 원수를 갚기 위해 관가에 찾아가 신고를 합니다.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이 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아는 것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