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가장 좋은 교육은 '체험'… 가상현실이 가능케 해주죠"
광주=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입력 : 2016.12.12 09:22

'VR 전도사' 최만 광주 봉선초 교사

오감 자극해 학습 이해도 '쑥'
VR활용 교육 범위는 무한대
콘텐츠, 누구나 만들 수 있어
학부모도 함께 체험해보세요

	지난 8일 직접 VR 기기를 착용한 채 수업 내용을 시연하고 있는 광주 봉선초 최만 교사.
지난 8일 직접 VR 기기를 착용한 채 수업 내용을 시연하고 있는 광주 봉선초 최만 교사.

 

광주 봉선초등학교 최만(38) 교사는 자타공인 'VR 전도사'다. 각종 VR 기술을 교실에 끌어와 모든 교과 수업을 흥미진진한 체험 학습으로 바꾼다. 덕분에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가 매우 높다. "우와" 등 감탄과 환호성이 늘 끊이질 않는다. "최고의 교육은 체험입니다. 가상현실(VR)은 이를 가능케 하는 훌륭한 도구예요." 그가 VR을 통해 설계한 '미래 교실'을 직접 만났다.


◇VR은 감정이입 도구… 활용 무한대

지난 8일 봉선초 5학년 4반 교실. 영어 수업이 한창인 이곳 풍경은 여느 교실과 조금 달랐다. 조별로 둘러앉은 책상 위에는 교과서 대신, VR 카드 보드(종이로 만든 모바일용 VR 기기)와 태블릿PC가 놓였다. PC 화면 속에는 학생들이 그동안 다녀온 여행지 사진을 미술관 형태로 꾸며 놓은 그래픽이 자리했다.

"(모)아영이는 지난 방학 때 어딜 다녀왔을까? What did you do last vacation?"

최 교사의 말에 아이들이 VR 기기에 눈을 갖다 댔다. "여기 부산 아냐?" "이야, 신기하네. 진짜 부산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야." 이들은 반 친구들의 여행 이야기를 실제처럼 생생하게 보고 들었다.

	최 교사가 VR 기술을 적용한 영어 수업 진행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 교사가 VR 기술을 적용한 영어 수업 진행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최만 교사가 말했다. "VR 교육의 영역은 무한대예요. 실제처럼 구현한 가상공간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아요. 현장학습 전에 360도 카메라로 찍은 답사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 등도 VR을 활용한 교육에 속해요. VR은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하죠."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2일, 4학년 과학 수업을 진행할 때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지구와 달은 둥글다'란 내용을 가르치면서 VR로 태양계를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그간 수업 시간에 말 한마디 하지 않던 한 여학생이 갑자기 입을 열더니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선생님, 선생님! 제가 달 표면에 있는 무늬까지 봤어요. 교과서 속 사진이랑은 완전 달라요. 다시 볼래요."

최 교사는 '이거구나!'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쳤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VR 자료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독일에서 만든 '코스페이시스'다. 별도 설치 과정 없이 홈페이지(www.cospaces.io) 접속만으로 손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서다. 조작 또한 간단해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VR 카드 보드를 활용해 학습 내용을 체험하는 학생들.
VR 카드 보드를 활용해 학습 내용을 체험하는 학생들.
◇카드 보드 1500원… 어느 교실이나 시도 가능

올해로 교직 경력 14년차인 최 교사가 VR을 처음 접한 건 지난해 8월이다. 독도를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앱을 사용해본 뒤, VR을 교육에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른인 저도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가상현실이 더 진짜 같은 거예요. 아이들에게 이 놀라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해 9월 2일, 페이스북에 'VR활용 교육자 모임' 페이지를 만들었다. 교사는 물론, VR 업계 관계자, 교수, 일반 직장인 등 의외로 다양한 직업군이 이 모임에 참여한다. 지금까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무려 1875명이 모여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실전에 활용 가능한 자료뿐 아니라, 수차례 시도 끝에 실패하고만 내용까지 자세하게 올려요. 그러면 다른 분들이 머리를 맞대 해결법을 알려주기도 해요."

최만 교사는 무조건 고가인 VR 기기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구에 불과한 VR 기기 자체보다 어떻게 콘텐츠로 활용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가 수업에 사용하는 VR 카드 보드는 온라인에서 개당 1500원에 팔리고 있다. "VR 교육의 진입 장벽은 이미 낮아졌어요. 누구든 이용할 수 있죠."

 광주=김영근 기자
광주=김영근 기자
인터뷰 내내 그는 정확한 날짜를 짚어 얘기했다. '공유의 생활화'라는 인생 좌우명에 따라 모든 일을 온라인상에 기록한 덕분이다.

"제가 2년 전부터 남기기 시작한 이 좌충우돌의 과정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교육은 VR 도입 전과 후로 구분될 겁니다. 영어나 수학 등을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VR을 통해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더 재밌고 생동감 넘치는 수업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