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열두띠를 나타내는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열 번째 동물로, 유일한 날짐승이다. 선조는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깨우는 닭을 ‘빛의 전령’이라 부르며 신성시했다. 한꺼번에 많은 알을 품고 병아리를 까는 암탉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기도 했다. 선조의 생활용품에 닭 그림이나 문양이 널리 사용된 건 이 때문이다.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를 맞아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 전해내려 오는 닭의 의미를 짚어봤다.

◇신라와 고구려는 '닭의 나라'

"꼬끼오~" 친구들 안녕? 난 '닭'이야. 너희도 잘 알겠지만 2017년을 상징하는 동물이 바로 나야.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한반도에서 지내왔어. 한국 고대사회에 대해 적힌 '삼국지 위지 동이전'이란 중국 문헌을 보면 '꼬리가 긴 세미계(細尾鷄)가 있다'는 문장이 있어. 아마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 닭이 존재했던 것 같아.

삼국시대 역사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는 우리가 예사롭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지. 신라 건국 신화를 한번 볼까?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건 너희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의 부인인 알영 부인은 계룡(닭 모습을 한 용)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났다는 거야.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도 우리가 아니었으면 태어나지 못했을 거야. 김알지 신화를 보면 아무도 그가 태어난 줄 모르고 있었는데, 하얀 닭이 "꼬끼오" 소리를 내 탄생을 알렸대. 두 이야기 단순한 신화일지 모르지만, 닭이 나라의 임금이나 왕후의 탄생과 관련된 상서로운 새였다는 걸 짐작할 수 있지.

이런 이유 때문일까? 신라는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숭상했던 것 같아. 나라 국명이 정해지기 전 신라의 이름이 한자로 '닭 계' 자를 써서 계림(鷄林)이었다고 해. 신라시대 고분인 천마총에서 달걀이 출토된 적이 있는데, 당시 귀한 것을 함께 매장하는 풍습으로 봤을 때 사람들이 우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아.

신라뿐 아니라 고구려도 마찬가지야. 중국 지린성의 고구려 고분인 '무용총' 천장에는 닭이 그려져 있어. 또 인도에서 고구려를 '계귀국(鷄貴國)'이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전해지지. 아마 고구려에서도 우리가 꽤 친근한 동물이었나 봐.

◇빛과 사랑, 부귀와 번창 안겨준 '닭'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한민족 풍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 사람들은 닭을 길조라고 여겼지. 닭이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존재이다 보니, 제때 울지 않거나 울 때가 아닌데 울면 불길하다고 생각했어.

출세라든지 자손의 번창을 기원할 때도 우리를 떠올렸어. 조선시대에는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들이 서재에 우리 그림을 걸어놓았대. 닭의 볏이 벼슬을 상징하는 관을 쓴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야.

우리에겐 좀 슬픈 일이지만, 음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 닭은 음식의 주재료로 요긴하게 이용됐어. 17세기 중반 한글로 쓰인 '음식디미방'에 닭요리법이 등장했고, 조선왕조의 각종 의궤에서도 닭 요리법에 대한 여러 기록이 남아 있단다. 그중 '삼계탕'은 전통 보양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지.

닭의 인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전국 지명 곳곳에 우리와 관련된 이름이 수두룩하거든. 140만여 개의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 닭과 관련된 지명이 293개나 됐대. 십이지 관련 지명 중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아.

닭의 울음소리를 뜻하는 '계명(鷄鳴)'이란 단어와 관련된 지명이 대표적이야. 충주시 '계명산' '계명봉' 등 전국 13곳에 계명이란 이름이 붙여졌어. 닭의 볏, 머리 등 생김새와 모습을 표현하는 지명도 많아. 독도의 동도 북서쪽에 있는 '닭바위'는 서도에서 바라봤을 때 마치 닭이 알을 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게 됐지. 이밖에 닭의 발을 닮아서 이름 붙여진 '계족산',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계룡산' 등이 있어.

닭에 대해서 알아보니 어때? 너희와 정말 오래된 인연이란 걸 알겠지? 우리 친구들이 요새 조류인플루엔자(AI)로 아파하고 있지만, 곧 나아질 거라고 믿어. 2017년 새해를 나와 함께 힘차게 나아가자!

참고 자료＝'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천진기)
도움 자료＝국립민속박물관, 국토지리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