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는 남자들이 '킬트'라는 치마를 입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요? 중세만 해도 남성 복장이 여성 못지않게 장식과 치장이 많았다는 것은 참 재미있어요. 사람들이 입는 옷은 그 당시 생활 방식과 문화를 반영한답니다. 등산하는 여성은 구두를 벗고 편안한 등산화를 신는 것처럼 옷도 때와 장소 그리고 하는 일에 맞게 입어야 해요.

스코틀랜드 남자가 킬트를 입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남자아이들이 모두 치마를 입는다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먼저 치마를 입고 나올 수 있는 용감한 누군가가 필요하겠지요. 실제로 독일에서 치마를 입고 싶어 하는 유치원생 아들을 위해 같이 치마를 입어준 아빠가 있었다고 해요.

남자라고 치마를 입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모두 입지 않으니까 그런 것뿐이지요. 전통이나 문화 또는 사람들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상식들이 바뀌기 위해서는 용감하게 나서서 그 편견을 깨고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답니다. 그 도전자들에 의해 생각이 바뀌고, 문화가 변하는 거예요.

불과 100년의 세월만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카락 자르는 것을 엄청난 불효로 생각해 남녀 모두 머리를 길렀어요. 그런데 서양에 다녀온 사람들이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가 간편하고 멋짐을 알고서 과감하게 머리를 자르기 시작해서 지금은 오히려 머리가 긴 남자들을 보면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지요.

편하고 멋있다고 생각하면 옷이나 머리 모양, 삶의 방식을 바꾸듯이 지금은 남자아이들이 하는 놀이에 치마보다는 바지가 더 편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마를 입지 않을 뿐이에요. 놀이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 언젠가 치마 입은 남자들을 쉽게 만날 가능성이 있답니다.

지경사 '왜 안 되지?' (강금주 글, 오승원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