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펠릭스가 독자를 향해 ‘사랑의 총알’을 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름이 특이해서 다들 예명인 줄 알아요. ‘행운이 가득한’이라는 뜻의 독일식 이름이에요. 그 의미대로 요즘 행운이 찾아오나 봐요. 원하던 작품에 캐스팅돼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까요.” 지난 21일 만난 윤펠릭스(서울 인헌초 5) 군이 말했다. 펠릭스는 이래 봬도 3년차 뮤지컬 배우다. 현재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플레처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이다. 보디가드는 지난해 12월 첫 막을 올린 이후 매회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며 흥행 중인 대작. 펠릭스는 보디가드뿐 아니라 ‘모차르트’ ‘레 미제라블’ ‘뉴시즈’ ‘킹키부츠’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떠오르는 뮤지컬 아역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수시로 모니터링해 '감독님'으로 불려

뮤지컬 보디가드는 인기 여가수와 경호원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펠릭스는 여자 주인공 레이첼 마론의 아들인 플레처를 맡았다. 지난해 2월부터 진행된 수차례의 오디션에 참가, 25대1의 경쟁을 뚫고 따낸 역할이었다.

"남들보다 열심히 준비했어요. 실력 있는 선생님을 찾아가 노래 지도를 받았고, 더 실감 나게 연기하려고 필요한 소품도 집에서 챙겨갔죠. 다행히 오디션 날 외국인 연출자분께서 '멋지다'며 칭찬해주셨어요."

이번 작품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돼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가수 양파뿐 아니라 이종혁과 박성웅 등 실력파 배우들도 대거 합류해 화제였다. 펠릭스는 대작에 참여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연습에 임했다. 무대에 오르지 않을 때도 쉬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공연을 모니터링하면서 배울 점을 찾았다.

"하도 꼼꼼하게 모니터링 해서 별명이 '감독님'이에요. 다른 분들의 노래 톤과 연기를 보면서 공부해요. 여러 번 봐서 이젠 앙상블(주로 합창과 군무를 맡는 단역 배우) 형과 누나들의 춤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어요."

이제껏 참여했던 작품들에 비해 춤추는 장면이 많아 댄스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 무대에 서는 비보이팀 겜블러크루는 펠릭스의 '춤 선생님'이다. 펠릭스는 "집에 가서는 기술을 복습하고 다양한 춤 영상을 찾아본다"면서 "바닥에서 구르고 뛰며 흉내 내다 새로 산 바지가 다 해져 찢어지기도 했다"며 웃었다. "평발이라 오래 춤추면 발바닥이 아프기도 하지만, 저 말고도 고생하시는 분이 많으니까 이 정도는 견뎌야죠.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 무대 앞뒤에서 노력한 사람들을 위해 쳐주시는 박수로 힘도 얻고요."

◇탄탄한 '기본기'와 '열정'이 원동력

펠릭스가 뮤지컬 대표 아역배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어릴 적부터 갈고 닦은 기본기 덕분이다. 펠릭스는 2012년 영어 교육 프로그램 '실루 시즌 1'(키즈톡톡 플러스)을 시작으로 드라마 '잠자는 숲 속의 마녀' '구암 허준' '내 손을 잡아'(이상 MBC)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았다. 플루트와 호른 연주자인 엄마, 아빠 덕에 음악을 가까이할 기회도 많았다.

펠릭스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접했는데 뮤지컬이 가장 재밌었다"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모차르트'를 봤는데 스토리가 맘에 들어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직접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바람대로 이듬해 모차르트 오디션에 도전해 합격했다.

"첫 작품 하면서 뮤지컬에 더 빠졌어요. 공연이 시작되면 꼭 마법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이었거든요. 뮤지컬배우의 감정과 지켜보는 관객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어요."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열정 또한 펠릭스의 원동력이다. 펠릭스는 몸이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무대에 선다. 2015년 대구에서 한 달간 '레 미제라블'을 공연할 때였다. 당시 펠릭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강행군을 이어갔다. "숙소에 들어오면 침대에 쓰러져 바로 잠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40도까지 열이 나고, 믹서기에 채소 가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꾹 참다가 결국 1막 끝나고 응급실에 갔죠.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공연을 다른 친구에게 넘긴 게 아쉬웠어요."

인터뷰를 끝내고 다음 일정을 물으니 가족과 뮤지컬 '영웅'을 보러 간다고 했다. 벌써 다섯 번째 관람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배우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달라서 재밌어요. '이번에는 누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자꾸만 궁금해져요. 지금처럼 여러 작품을 보면서 배울 점을 본받아 사람들에게 '준비된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