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는 왕위를 물려줄 때가 되자 고민이 들었어요.

"도대체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줘야 할까? 방석에게 물려주면 좋으련만…."

태조 이성계에게는 아들이 여러 명 있었어요. 첫째 부인 한씨에게서 방우, 방과, 방의, 방간, 방원, 방연 이렇게 여섯 아들을 얻었고, 둘째 부인인 강씨에게서 방번과 방석이라는 두 아들을 얻었지요. 원래대로라면 첫째 부인에게서 얻은 첫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어야 하겠지만, 태조는 둘째 부인에게서 얻은 방석을 너무나 예뻐했답니다. 하지만 태조가 방석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방원은 군사를 일으켜 세자 방석과 방번을 죽여 버렸어요(1차 왕자의 난). 그리고는 둘째 형인 방과를 왕의 자리에 앉혔어요. 그가 바로 조선의 두 번째 임금인 정종이랍니다.

왕이 된 정종은, 형제끼리 피를 뿌려가며 싸웠던 한양에 더는 머무르기 싫었어요.

"선왕이신 태조께서 정하신 도읍이지만, 왠지 한양 땅은 맘에 들지 않는구나. 우리 형제끼리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고 말이지. 여봐라! 도읍을 다시 송도로 옮기자꾸나!"

하지만 도읍을 옮긴 후, 이번에는 방간이 왕이 되려고 난을 일으켰어요. 이때, 방원이 군대를 이끌고 나가 방간의 군사들을 무찔렀답니다(2차 왕자의 난). 워낙 성품이 온화하고 원만한 정종은 두 번에 걸쳐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나자, 더는 왕의 자리에 미련을 두지 않았어요.

"도대체 왕이 무엇이기에, 형제들끼리 두 번씩이나 피를 뿌리며 싸워야 한단 말이냐."

정종의 부인인 정안 왕후도 왕위를 방원에게 물려줄 것을 권유했답니다. 그리하여 정종은 방원에게 왕위를 물려주었어요.

이렇게 해서 이방원은 조선의 세 번째 임금인 태종이 되었어요. 태종은 임금이 되자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고 싶었지요.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어요.

"도읍지로는 송도보다는 한양이 제격이지. 하지만 내가 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된 마당에 다시 원래의 궁궐인 경복궁으로 돌아가는 것은 왠지 꺼림칙하단 말이야. 그래. 새로운 궁을 짓자."

자신이 동생들을 죽였던 경복궁으로 차마 돌아갈 수 없었던 태종은, 한양에 다시 새로운 궁궐을 짓게 했어요. 태종 5년(1405), 드디어 궁궐이 완성됐어요. 이 궁궐이 바로 창덕궁이랍니다.

임진왜란 당시 경복궁 및 다른 궁궐들이 불에 탔을 때 창덕궁에는 임금들이 거처했어요.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에 있는 창덕궁은 현재 사적 제122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창덕궁에는 보물 제383호로 지정된 돈화문과 외국 사신을 접견하던 장소였던 인정전,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후원이 있어요. 후원은 창덕궁 뒤에 있는 정원이라는 의미로 부르는 이름이에요. 하지만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조선 왕들의 비밀스러운 정원'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잔뜩 담아 '비원'이라고 부른 다음부터는, '후원'이라는 이름보다는 '비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답니다.

서울에는 조선의 역대 왕들이 머물던 궁궐이 여러 곳 있어요. 경복궁을 비롯해 창덕궁, 창경궁, 그리고 덕수궁이 대표적이죠. 특히 이 중에 창덕궁은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궁으로, 1997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답니다.

늘푸른아이들 '술술 읽히는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초등역사교사모임 글, 이현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