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가 한국 미술사에 큰 '파동'을 일으켰다. 김환기(1913~1974)의 청색점화 'Tranquility(고요) 5-IV-73 #310'〈사진〉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새롭게 썼다.

이 작품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K옥션에서 열린 경매에서 65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그동안 경매에서 거래된 한국 미술품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이로써 김환기의 작품이 우리나라 미술품 최고가 순위 1~6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이 탄생했다. 앞서 김환기의 노란색 전면점화 '12-V-70 #172'가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63억3000만원에 낙찰되며 최고가 자리를 꿰찼으나, 이번에 2위로 밀렸다.

'고요'는 가로 205㎝, 세로 261㎝ 규모의 거대한 추상화다. 밤하늘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푸른 점들과 화면 한복판을 과감히 분할한 사각의 흰색 띠가 특징적이다.

이 그림에는 추상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를 떠나보낸 슬픔도 담겼다. 피카소가 세상을 떠난 지 이틀 뒤인 1973년 4월 10일, 김환기의 일기엔 이런 문장이 적혔다. '#310, 3분의 2 끝내다. 마지막 막음은 완전히 말린 다음에 하자. 피카소 옹 떠난 후 이렇게도 적막감이 올까.'

손이천 K옥션 홍보팀 실장은 "생의 고독과 적막을 완성도 높게 표현한 작품"이라면서 "작가의 다른 점화와 달리 흰색 띠가 더해져 조형성과 예술성이 극대화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