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가작] 나의 속마음

  • 이가연 충북 충주 칠금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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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0 09:34


	산문 가작 나의 속마음 일러스트
얼마 전 일이다. 1교시 쉬는 시간에 우리 반 친구들은 편을 나눠 호감도 테스트를 했다. 호감도 테스트는 친구들 두세 명이 모여 좋아하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위는 제일 좋아하는 사람. 2위는 두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 3위는 세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원래 우리 반은 호감도 테스트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아프신 바람에 임시선생님이 오셨다. 우리는 이 틈을 타서 호감도 테스트를 했다.

"너는 누구 좋아해?"

"너 걔 좋아해?"

그 시간만 되면 듣는 사람이나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매일 학교에 오자마자 쉬는 시간을 기다리며 선생님의 말씀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호감도 테스트 시간을 기다린다.

나는 어떤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친구는 운동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정말 잘생겼다.

그런데 난 호감도 테스트에서 그 아이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친구들한테 알려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호감도 2위인 친구를 1위라고 말했다.

그렇게 감춘 나의 실제 호감도 1위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와 엄청 친하다. 그래서 내가 친구한테 걔 휴대전화 번호 좀 알려달라고 그랬다. 그런데 그 아이는 휴대전화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아쉬웠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전화번호를 안다고 해도 내가 먼저 전화를 걸 용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랑 가장 친한 친구가 내 호감도 1위를 욕했다. 나랑 정말 친한 친구지만 난 왠지 화가 났다.

그날 밤 나는 페이스북을 하다가 호감도 1위가 쓴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연애 중'

난 얼음이 되었다. 마음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눈물도 조금 흘렸다. 그날 이후 난 학교에 가서 매일 그 아이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너무 행복해 보였다.

이제부터 난 누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평〉 누군가를 좋아하는, 참 소중한 경험이 담긴 글이다. 지금은 마음이 아파서 이제부터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머잖아 다시 누군가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마음이 열리는 그런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해마다 봄이 오면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꽃이 피는 것처럼 말이다. 글쓴이와 같이 속상하거나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글로 풀어내면 속이 후련하다. 글쓰기가 마음 치료의 한 방법이 된 까닭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 글쓴이의 용기와 차분한 글 솜씨를 칭찬하며 가작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