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문화재] (16) 조선 백자―일본이 탐낸 백자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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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1 09:32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으로 불린 까닭

교과서 속으로 사회 5-1. 단원 3-2. 조선의 문화와 과학의 발달


	[방방곡곡 문화재]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에요.

왜군은 보름 만에 도읍 한양을 빼앗고, 점차 북쪽으로 진격했습니다. 선조 임금도 궁궐을 버리고, 의주까지 피란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지키는 호남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 모든 국토가 왜군의 더러운 발에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이즈음, 왜나라로 향하는 배 안에는 조선땅 곳곳에서 붙잡힌 포로 수십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보통의 포로가 아니었습니다. 모두 도공들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그 마을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이었지요.

"왜놈들이 도대체 왜 우리를 데려가는 걸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에요. 저쪽에 보면 나이 드신 분들도 꽤 많은데 말입니다."

"그 뒤쪽에 보세요. 가족 전부를 데려가는 사람도 있어요. 아마 데려다가 종으로 부려 먹을 생각인가 봅니다."

포로로 잡힌 사람들은 저마다 불안에 떨면서 속삭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은 아무도 몸이 상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잔인하기로 소문난 왜놈들이 목숨을 살려준 것만도 다행한 일이라 여겼지요.

	[방방곡곡 문화재]
백자 새 매화나무 무늬 항아리(국보 제170호) 조선 초기 대표적인 항아리.
마침내 조선인 포로들은 일본땅에 도착했습니다. 포로들은 곧 무슨 관청 같은 곳으로 끌려갔습니다. 그곳에서 한 높은 관리가 나와서 유창한 조선말로 포로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해치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오. 우리가 여러분을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여러분의 기술을 우리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기 위함이오!"

"우리의 기술이라면? 도자기를 굽는 기술 말이오?"

한 늙은 도공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왜나라 관리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좋은 음식을 내드리겠소. 또한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겠소. 부디 이곳에서 여러분의 솜씨를 뽐내 좋은 도자기를 만들어주시오."

	[방방곡곡 문화재]
백자 병(국보 제1054호) 조선 전기에 유행하던 병으로 투명한 순백색이 아름답다.
뜻밖의 말에 도공들은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사실 왜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조선의 도자기가 매우 훌륭한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도자기를 잘 만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도자기를 만들 때 좋은 흙을 가려낼 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이 늘 부러웠습니다. 그 때문에 높은 관리들은 장수들에게 조선을 침략하면 반드시 도공들을 잡아오라고 일렀던 것입니다.

며칠이 지난 뒤부터 도공들은 곳곳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도자기를 구웠습니다. 평생을 하던 일이라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조선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왜나라 사람들은 좋은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 중 실력이 특히 뛰어난 사람들은 썩 후하게 대접해 주었다는 것이지요. 조선에서는 그저 천민 취급이나 당하던 도공들은 그것도 놀라운 일이라 여겼습니다.

특히 어떤 사람은 일본에서 도자기를 만들기에 적당한 흙을 찾아내고, 가마를 직접 제작하여 도자기를 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품질이 아주 우수해서 일본 사람들이 그를 크게 칭찬하며 따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그가 죽은 후에는 그를 기리는 사당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조선의 도공들을 데려다가 자신들의 도자기 기술을 발달시켰고, 엄청난 도자기 문화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불렀답니다.

늘푸른아이들 '술술 읽히는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초등역사교사모임 글, 이현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