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판타지 소설ㅣ사라진 베이징맨](8) 끈적한 피, 촛농… 누가 이 깊은 동굴에 다녀간 걸까

  • 글 하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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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1 09:32

용의 동굴에 사는 거미들은 용거미라고 불렀다. 용의 뼈를 먹고 산 거미들의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분명한 건 용골산, 용의 언덕, 용의 동굴, 용거미 모두 베이징맨이 살았던 그 시절만큼 매우 오래됐다는 것이었다.

핑은 준비해온 LED 랜턴을 켰다. 랜턴 불빛이 비추자 동굴 안에 허옇고 거대한 뼈들이 뒹굴고 있는 게 보였다.

"거미들이 용의 뼈를 먹고 불로불사가 됐다면 우리도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리야?"

마루의 식탐은 용의 뼈마저 입맛을 다시게 했다.

	[청소년 판타지 소설ㅣ사라진 베이징맨](8) 끈적한 피, 촛농… 누가 이 깊은 동굴에 다녀간 걸까

"난 죽어도 못 먹어. 저 뼈들 봐. 뼈 안에 징그러운 벌레들, 울퉁불퉁 곰팡이…. 불로불사는커녕 오히려 먹기 전에 죽거나 먹다가 죽을 것 같아."

사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대뜸 불로불사를 반복이던 마루의 뒤통수를 퍽 때렸다.

"먹는 거라면 그저…."

마루가 사비를 잡아먹을 듯 눈알을 부라렸다.

"너, 우리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알면 뭐? 알면 뭐? 불로불사, 불로불사…."

사비는 놀리듯 혀를 내밀었다.

"칠첩반상을 대령해도 될까 말까 한데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니까 그렇지?"

마루의 뜬금없는 말장난에 사비는 화가 났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칠첩반상?"

"나랑 결혼하려면 칠첩반상을…."

마루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사비가 부웅 날아 이단옆차기로 마루를 눕혀버렸다. 그때 엎어졌던 마루가 기겁을 하며 일어나더니 몸통을 흔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벌레… 벌레… 버, 벌레…."

핑이 LED 랜턴으로 바닥을 비췄다. 바닥에는 벌레들이 우글거렸다.

"그냥 벌레들일 뿐이야. 그리고 너희 여기 연애하러 온 거야? 아무리 아이들이라지만…."

핑은 짜증을 냈다. 그런 핑의 온몸을 벌레가 뒤덮고 있었다. 핑은 벌레들을 털어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밟고 따라와. 괜히 죄책감 갖지 말고. 불로불사 벌레니까."

골리샘은 어느새 핑의 등 뒤에 딱 붙어 있었다.

"지옥의 끝이라는 달력 찾는 거예요? 핑형? 그게 여기 있겠어요? 형의 아지트에서 훔쳐갔다면 벌써 지구 반대편에 도착했을 거라고요, 내가 500원 걸게요."

수리는 동굴 여기저기를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동물 이곳저곳에서 '크엉엉' 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괴물이라도 불쑥 튀어나올 듯했다. 빨리 이 동굴을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이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지직거리는 벌레 밟히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핑의 말대로 벌레들은 죽지 않았다.

"벌레들도 불로불사라니. 난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구나…. 에효…."

용의 동굴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바깥세상과 철저하게 격리된 채 자신들만의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삶도 죽음도 정체된 이상한 공간이었다.

"피다."

핑이 한껏 목소리를 낮춘 채 말했다. 핑은 투박한 돌덩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돌덩이 문 앞에는 반들반들한 작은 제단 돌이 있었다. 제단 돌과 그 아랫바닥에 끈적끈적한 피가 고여 있었다.

"그 누구도 여기에 들어왔다가 나간 사람은 없었어. 적어도 70만 년 동안…."

"헉. 그럼 우리가 처음이에요?"

수리는 점점 더 무서워졌다.

"그동안 누구도 용골산에 들어갈 수 없었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뼈가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진시황 때 진생이라는 방사가 용골산에 갔어. 그는 진시황의 불로불사 약을 구하는 여러 방사 중 한 명이었지. 그는 용의 뼈다귀를 먹으면 불로불사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용골산으로 향했단다."

"그럼 진생은 이 동굴에 들어왔던 거예요? 그리고 나… 나갔… 나갔겠죠?"

마루는 말까지 더듬거렸다.

"그가 용골산 거대한 뼈 무덤 사이로 들어가는 걸 봤다는 목격담만 있을 뿐. 그 이후의 모습은 어떤 기록에도 나와있지 않아. 펑 사라진 거지. 그런데 누군가 이곳에 왔어. 이 피를 남긴 자는 아주 최근에 왔었어. 그렇다면 아직 이 동굴 어딘가에 있다는…."

핑의 말은 갈수록 더 무서워졌다.

사비는 수리의 팔 한짝, 마루의 팔 한짝을 각각 붙들었다.

"역시 양다리 작전이군."

골리샘은 이렇게 사비를 놀리면서 은근슬쩍 핑의 팔을 잡았다.

"근데요. 핑형. 조금 전부터 괴물들이 내지르는 소리가…."

수리가 말하는 도중에도 '크어엉'거리는 소리는 또 들렸다. 사비와 마루는 호들갑을 떨었고 골리샘은 기회를 이용해 핑을 와락 껴안았다. 핑은 어지간히 싫은지 몸을 또 부들부들 떨었다.

"이거 봐요. 이거 촛농 아니에요?"

수리가 제단 돌에 눌어붙은 촛농을 긁어 핑에게 보여줬다. 제단 돌에 촛농이 있다는 것은 제단에서 기도 행위를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베이징맨의 부활을 위한 기도였음이 틀림없었다. 골리샘은 핑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 핑도 더 세게 뿌리쳐보려고 팔을 좌우로 흔들었지만 골리샘의 우락부락한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가 나타난 거야…. 그가…."

핑은 알쏭달쏭한 말을 내뱉었다.

"그, 그라니요? 혹시?"

수리는 핑의 입에서 어떤 이름이 나올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퀴번…. 그가 연금술에 성공했던 거야."

수리는 주먹을 내질렀다.

"퀴번 사제를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는 거죠? 연금술이라니…. 역사상 아무도 연금술에 성공하지 못했다고요. 내가 배워야 해요."

사비가 수리의 뒤통수를 퍽 때렸다. 한 대 얻어맞은 수리가 기침을 했다.

"그런데 퀴번은 왜 베이징맨의 부활에 집착한 거죠?"

사비의 질문은 그야말로 촌철살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