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량 전투를 마친 이순신은, 아픈 어깨의 통증을 참아가며 일기를 썼습니다. 상세한 전투 과정과 병법은 물론이고 사용한 무기와 다친 병사들 숫자까지 헤아렸습니다. 왜적들의 수와 놈들의 전투태세에 관한 내용도 잊지 않았지요.

이순신이 일기를 쓴 것은 이보다 더 오래전 일이었습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바다를 지킬 책임을 맡으면서 꾸준히 일기를 썼습니다. 사소한 개인의 생활은 물론 전투에 관한 상세한 내용, 함께 생활하는 부하나 마을 주민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내용도 적어나갔습니다.

훈련과 전투로 인한 피로가 매일 쌓였지만, 이순신은 일기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일기를 쓸 때면, '내가 오늘은 잘 싸웠는가? 비겁함은 없었는가? 부하들은 잘 통솔했는가? 혹시 내가 지휘를 잘못하여 나의 부하들이 더 많이 다친 것은 아닌가? 적들의 동태는 잘 살폈는가? 오늘 내가 적과 싸울 때 적절한 전술을 구사하였는가? 병사들뿐만 아니라, 백성들은 잘 보살폈는가…….'

그런 생각들을 머릿속에 가득 담고 일기를 썼습니다.

이순신은 부산에 본진을 설치하고 뱃길로 남해안을 돌아 서해를 따라 한양으로 올라가려는 왜의 수군을 곳곳에서 격퇴했습니다.

첫 승리는 옥포 앞바다에서 이루어냈습니다. 24척의 배로 왜군의 배 50여 척을 물리쳤지요. 특히 이순신은 왜군의 배가 빠르기는 하나 갑판을 홑겹으로 만들어 조선 수군의 판옥선보다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고, 적의 배를 들이받아 부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덕분에 적의 배 26척을 완전히 침몰시키고 수천 명의 왜군을 바다에 빠뜨렸습니다.

이어 벌어진 한산대첩.

이순신은 100척이 넘는 배를 견내량 바깥으로 끌어내 전투를 벌였습니다. 견내량은 좁고 물살이 빨라 판옥선에는 불리했습니다.

"적선을 견내량에서 끌어내라! 유인하여 학익진을 펼칠 것이다!"

이윽고 조선 수군의 배가 견내량에 진입했다가 빠져나오자 적선들이 일제히 조선 수군을 쫓았습니다. 이를 기다리고 있던 이순신은 명령을 내려 조선 수군의 배를 학의 날개 모양으로 펼치도록 했습니다. 그런 뒤, 일제히 포탄을 퍼부었습니다.

왜선은 우왕좌왕했습니다. 이때를 기다려 이순신은 거북선을 출정시켰습니다.

"거북선을 적진 한가운데로 들여보내라!"

이순신의 명령을 받은 거북선은 속력을 다해 적진을 휘저었습니다. 이쪽으로 쾅, 저쪽으로 쾅! 거북선이 부딪칠 때마다 왜선들은 흔들거렸고, 배 위의 왜군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둥댔습니다. 그럴 때, 거북선은 불을 뿜고 포를 쏘아댔습니다. 왜선들은 한쪽으로 쓰러지거나 부서졌습니다.

성급한 왜군들은 거북선의 몸체 위로 뛰어내렸지만, 거북선의 등에 박혀 있는 칼에 찔려 그대로 목숨을 잃곤 했습니다.

마침내 왜군은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살아남은 왜군들은 한산도에 상륙했지만, 그 뒤를 쫓은 원균의 부대에 거의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한산대첩이었습니다.

특히 큰 전투가 있을 때일수록 꼼꼼하게 일기를 적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적을 물리쳤는지 상세하게 적어두어야 나중에 벌어지는 전투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지요.

난중일기는 임진일기 27매, 계사일기 30매, 갑오일기 52매, 병신일기 41매, 정유일기 27매 등으로 되어 있어요. 꼼꼼하게 전란의 과정을 모두 기록하고 있지요. 난중일기는 조선시대 수군(해군) 연구뿐 아니라 당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연구에 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처음 난중일기가 국보로 지정될 당시의 이름은, '이충무공난중일기부서간첩임진장초(李忠武公亂中日記附書簡帖壬辰狀草)'였어요.

'난중일기'와 이순신의 서간(편지글), 그리고 '임진장초'라 불리는 이순신의 기록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에요. 한편 이순신의 친필로 쓰인 난중일기는 지금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답니다.

늘푸른아이들 '술술 읽히는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초등역사교사모임 글, 이현진 그림)